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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한미 ‘방위비’, 협상과 협박 사이/ 김이택

등록 2019-10-28 17:35수정 2019-10-29 02:39

2017년 7월 어느 날 미국 국방부의 합참 회의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및 정부 경제·안보 요인들의 비밀회의가 열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트럼프는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데 한해 35억달러를 쓴다”며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폈다. “일부 한국인은 사드 배치에도 반대한다”며 “그걸 갖고 나와버려. 어찌 되든 알게 뭐야”라고도 했다.

참모들이 설득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해군 항모전단을 더 많이 배치해야 하고 … 비용이 열배는 더 들지 모른다” “북한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 알래스카에선 15분 걸리지만 미국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특별접근 프로그램으론 7초 만에 잡아낸다” 등등. 그런데도 트럼프는 “35억달러에 2만8천 병력이 있다니 … 모두 데려오자”며 우겼다.(밥 우드워드 <공포>)

트럼프는 이후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9월7일 경북 성주에 사드 4기의 추가배치를 강행한 뒤 비난 여론이 일자 측근인 김경수 의원(경남지사)은 10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핵 억지력 확보를 위해 그 생명줄을 쥐고 있는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기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왜 저런 행보를 할까 한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9월1일 또는 4일의 문재인-트럼프 통화에서 ‘미군 철수’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 사이 정상회담과 북핵 협상이 이어지면서 ‘철수’ 언급은 잦아들었으나 협상 국면마다 협박은 재발했다. 지난달 12일에도 “우리는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한다”며 “그런데도 가끔은 동맹이 우리를 더 나쁘게 대한다”고 한국과 일본을 겨냥했다.

내년부터 적용될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 2차 협상이 24일 끝났다. 11월 중 한국에서 3차 협상이 열릴 예정이지만, ‘6배 요구설’ 등 미국의 무리한 태도에 결과를 낙관하긴 힘들다. 주한미군이 미국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건 참모들이 트럼프에게 누누이 가르쳐준 바 있다. 우리 협상단이 트럼프의 협박에 쉽게 굴복해선 안 된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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