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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주주통신원의 눈] 수능보다 학생의 날에 관심을 / 하성환

등록 2019-11-06 17:57수정 2019-11-07 02:38

하성환ㅣ서울 상암고 교사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음주로 다가왔다. 수능 날이면 으레 ‘수능 대박, 꽃길 가즈아!’ ‘재수는 없다’ ‘수능 만점 기원’ 등의 펼침막을 걸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 학생들이 교문 앞에 진을 친다. 일명 ‘장행회’(壯行會) 행사다. 오랫동안 고생해 시험을 준비한 학생들을 응원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행사가 과연 교육적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장행회는 ‘장한 뜻을 품고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고 송별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유래가 정복전쟁이 일상이던 고대국가 시대에 ‘무운장구’(武運長久)를 기원하는 출정 의식이며, 우리 청년들이 학도병으로 끌려간 일제강점기 학교 군사문화를 연상시킨다. 입시를 전쟁에 빗대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일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그냥 선생님들이 “준비한 만큼, 잘 치고 오라”고 격려하는 것으로 조용히 끝내면 될 일이다.

학교 현장에서 매해 이렇게 수능으로 시끌벅적한 11월을 보내노라면 조용히 지나가서 안타까운 날이 있다. ‘학생의 날’이다. 이날은 1929년 11월3일 광주역 부근에서 한-일 학생 간에 생긴 단순한 충돌에 대해, 일제가 한국인 학생들만 투옥하고 퇴학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분개한 광주고보 학생을 비롯한 전국 194개교 학생 6만여명이 목숨을 걸고 참여한 항일 독립운동을 기리는 날이다.

학생의 날은 아이들에게 자주성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게 하는 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의 날을 잘 알지 못하는 이가 많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의 목적이 ‘자주적인 능력을 지닌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다고 하지만 학교는 아직도 타율의 지배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혁신학교가 학생회 주관으로 학생의 날 행사를 맛깔나고 멋지게 치러냈다고 한다. 이 소식은 나에게도 교사로서 자기성찰을 할 기회를 주었다. 오랜 기간 우리 교육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해온 <한겨레>가 ‘학생의 날’을 기억하는 데 앞장서주었으면 좋겠다.

hsh70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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