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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주주통신원의 눈] 켄터키에서 인사드립니다 / 안지애

등록 2020-02-26 18:25수정 2020-02-27 02:38

남편이 잘나가는 인공지능(AI) 회사를 때려치웠다. 미국에 가 의사가 되겠다며 미국의사면허시험을 준비할 때는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기어코 회사를 나와버린 것이다. 그것까지도 참을 만했는데 마음이 약해질 것 같다며 집까지 팔아버렸다. 독한 놈과 결혼한 줄은 알았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그렇게 지난해 7월 무모하게 미국 켄터키 땅을 밟았다.

내 나이가 11살 아들만 할 때쯤인가 보다. 아버지가 아침이면 마룻바닥에 깔아놓고 바스락 넘기던 신문지 소리가 좋았다.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이 하드보드지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필통을 만들 때 나는 <한겨레> 기자 사진을 붙여 필통을 만들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사설 분석하기 숙제를 하며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에 환호했고, 조정래의 <한강> 연재를 축하하며 한 장 한 장 소중히 소설을 모았다. 그리고 1995년 창간한 <씨네21>을 정기구독하며 영화감독을 꿈꾸었다. 그 꿈으로 언론홍보영상학과에 입학해 영화도 공부하고 신문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직장맘을 포기하고 전업맘이 되었다. ‘82년생 김지영’처럼. 신문 <한겨레>를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랐으니 뭔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냥 80년생 안지애로 컸다. 그러다 2014년 9월 주주 통신원으로 뽑혀 주주들의 모임에 나갔다. 나는 급기야 <한겨레:온> 편집위원이 되고, <한겨레> 시민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주주 통신원과 시민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만난 한겨레 주주들과 독자들은 달랐다. <한겨레>에 실망하고 신문을 질책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옳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게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고민했다. 이제 알 것 같았다. 나를 키운 그 팔할은 <한겨레>를 사랑하는 주주와 독자들이었음을. 그분들 덕분에 나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조금씩 자라고 있다. 그분들이 고맙고 보고 싶다. 그분들이 그렇듯 나도 멀리서나마 늘 <한겨레>를 지지하고 응원하겠다.

안지애 ㅣ <한겨레:온> 객원편집위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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