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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바이러스의 속도, 지식공유의 속도

등록 2020-02-04 18:18수정 2020-02-05 13:25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중국 우한의 한 시장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가 멈출 줄 모르고 퍼지면서 세계와 각국 보건의료 당국이 연일 방역 비상사태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3일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력(R0, 환자 1명당 감염자 수)을 사스 바이러스(SARS-CoV)보다 약간 낮은 ‘1.4~2.5’로 추정했지만, 지금 목격되는 확산세는 그보다 빠른 듯하여 걱정스럽다. 2003년 사스 때와 비교해, 항공과 고속철도 같은 더 빨라지고 확장된 이동의 연결망을 타고서 바이러스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방역 현장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치열한 싸움터가 됐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치열한 대응은 과학계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선 지식정보의 공유가 중요한 전략이다. <네이처>의 최근 집계를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논문은 20일 만에 50여편이나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학술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됐다. 세계 보건의료 분야의 구독자 수만명한테 소식을 전하는 국제감염학회 ‘프로메드’(ProMED) 서비스도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소식을 날마다 모으고 전하느라 바빠졌다. 거대 학술출판그룹인 엘스비어는 온라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정보센터’를 열어 논문을 무료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종 병원체의 정체를 밝힐 게놈 정보의 공유는 더욱 긴박하게 이뤄진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 정보를 공개형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에 처음 올린 이래, 바이러스 정보공유 저장소인 ‘지사이드’(GISAID, gisaid.org)에도 각지의 게놈 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4일 현재 중국,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타이 등에서 올라온 신종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는 벌써 52건에 이른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공개 토론장도 바빠졌다. ‘바이롤로지컬’(virological.org) 누리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게놈’ 토론방이 열려 전문가 의견들이 이어진다. 각지의 게놈 정보는 더 모일 것이고 바이러스 변이 특성도 더 세밀하게 파악될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더 정밀한 진단기법이 만들어져 방역 속도를 높일 것이다. 게놈 정보를 활용하는 실험실 연구가 늘고 백신과 치료제 연구도 힘을 얻을 것이다.

사스 사태 때에는 세계보건기구가 나서고 10개국 13개 실험실이 연결망을 이뤄 2주 만에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2주 만에 게놈 분석을 마쳐 빠른 공유의 힘을 보여주었다. 요즘 여러 과학저널 사설들이 그 경험을 사스의 교훈 중 하나로 다시 강조한다. 바이러스의 속도에 대응해 정보 투명성과 과학지식 공유의 속도도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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