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이 숨진 7일 우한중앙병원 허우후 분원에 리원량을 그린 초상화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중국인들의 일상을 악몽으로 만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위기’에 대한 논쟁도 불이 붙었다. 집권 이후 7년 동안 ‘시황제’ ‘인민의 영수’로 불리며 임기 제한도 철폐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굳혀온 그였다. 정치·사회·경제 전 영역에서 총사령관 역할을 해온 시 주석의 권위가 이번 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그의 장기집권의 꿈도 멀어질 것이란 분석, ‘제2의 천안문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나왔다.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경제적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등이 변수이겠지만, 이번 위기가 시 주석의 권력을 뒤흔들거나 중국의 정치적 격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사태가 진정되면, 중국 당국은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한 당의 영도 아래 위대한 인민의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정부가 한달 넘게 바이러스 확산을 은폐하다가 사태를 악화시킨 데 대한 분노의 여론에 대해서는 지방관리들을 경질함으로써 불 끄기에 나섰고, 시 주석의 최측근들이 사태의 진원지인 우한에 파견돼 상황 수습을 지휘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 사태 뒤 처음으로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 병원을 방문해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토록 엄청난 비극의 교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까.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초로 알렸다가 공안에 끌려갔던 34살 의사 리원량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못 한다(부넝·不能), 이해 못 한다(부밍바이·不明白)”라고 쓴 마스크를 쓴 셀카 사진이 도도한 물결이 되어 일렁였다. ‘유언비어를 퍼뜨려 대중을 현혹했다’는 공안의 위협과 호통 앞에서, 훈계서를 받아든 리원량은 ‘범법 행위를 중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다’(能)고 써야 했다. ‘위법 행위를 계속하면 법의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을 이해하나’라는 질문에는 ‘이해한다’(明白)고 해야 했다. 진실을 알려 사람들을 구하려다 고초를 당한 리원량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못 한다, 이해 못 한다’는 외침으로 저항에 나섰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다가 죽어간 세월호의 아이들을 기억하며, 많은 이들이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일어섰던 것과 같은 의미다.
리원량을 추모하기 위해 ‘못한다. 이해 못한다’고 쓴 마스크를 쓴 셀카 사진을 올린 중국 네티즌들. 페이스북 갈무리
봉쇄된 우한으로 들어가 ‘시민기자’로서 분투하던 변호사 천추스도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검진 키트도 병상도 의료진도 부족한 우한의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진단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해 온라인에 올리며 봉쇄된 도시의 진실을 외부에 알리는 통로가 됐다. 그는 6일 ‘실종’됐다.
우한에서 섬유 사업을 하던 팡빈은 도시가 봉쇄되자,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인 위챗에 ‘전민자구’(全民自救)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만들어, 병원 바닥과 복도까지 넘쳐나는 환자들, 화장장으로 들어오는 주검 등을 취재해 올렸다. 2월1일 한 병원을 취재하면서 그는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처럼 돈 많은 언론들은 왜 병원에 와서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가. 당신들이 신경쓰지 않는 보통 사람들만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했다. 그는 “모든 시민은 저항하라, 권력을 인민에게 돌려달라”는 글을 읽는 동영상을 올린 뒤 9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원량의 죽음 직후 우한의 교수 10명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중국어로 ‘휘파람 부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내부고발자 리원량을 추모하기 위해 혁명가인 ‘인터내셔널가’를 휘파람으로 부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청년들의 운동도 시작됐다.
‘시민기자’ 천추스가 우한의 상황을 전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검열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체포의 위협을 무릅쓴 이들의 노력은 코로나19의 비극을 계기로 중국 사회가 ‘변화’를 열망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 있는 신호다. 중국몽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동안 사회 통제는 삼엄해지고 당국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점점 위험해졌다. 관리들은 진실을 숨기고 윗사람이 듣기 좋은 소식만을 보고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제, 더 이상 그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리원량들’은 호소하고 있다.
우한의 일상을 온라인으로 알리고 있는 한 시민운동가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이번 감염병을 계기로 개선되지 못해, 다음에 비슷한 재난이 닥쳐올 때 여전히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희생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와 친구들은 시간을 정해 밤에 함께 불을 끄고 창밖으로 핸드폰 불빛을 흔들며 휘파람을 불어 리원량을 추모하기로 한다. “어둠 속에 일렁이는 불빛 속에서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어둠 속의 빛이 되었다. 봉쇄를 뚫고 나가는 빛이 되었다.”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중국은, 다양한 사람들의 불빛과 목소리가 퍼져나가는 곳이다.
박민희 ㅣ 통일외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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