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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코로나 대응과 블록체인 / 김서준

등록 2020-03-05 18:26수정 2020-03-06 02:08

김서준 ㅣ 해시드 대표

세계적인 대전염병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응 양상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몇가지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초의 진원지인 중국은 방역 과정에서 정보를 은폐하고 통제하려다 실책을 거듭하며 중앙화된 정치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인터넷과 금융까지는 통제할 수 있었지만,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대중의 불안감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위협은 극단적인 공포를 거쳐 갈등과 혐오로 변질된다. 한국에서는 빠른 진단검사 역량과 투명한 정보공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진통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자는 주장과 봉쇄가 방역에 실효성이 없다는 반대쪽 입장은 어느새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민족적 혐오주의는 바이러스가 완치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다.

모두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위기상황에 이 같은 갈등과 반목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에 프로토콜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의견의 차이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미확인과 오해에서 시작된다. 국가나 기관별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개방하는 정도에 큰 차이를 보이고, 대중은 이런 비상시국에 각 당국에서 어떤 데이터와 논리로 방역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지에 온전히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가짜뉴스와 예방법 등이 온갖 소셜네트워크와 메신저로 유통되며 더욱 큰 혼란을 조성하고 있는데,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인터넷 프로토콜이 정보의 유통에 대해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프로토콜 기반의 거버넌스는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를 전문가와 일반인에게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함께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그동안 외부에서 의견만 내고 있던 전문가들도 이 플랫폼 위에서 함께 효과적으로 방역 아이디어를 제안, 토론하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이 온전히 공개될 때 대중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개인 개발자들이 확진자의 동선을 안내한 코로나맵 서비스는 호평을 받았지만, 감염인의 수와 경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무허가적으로 개방된 네트워크 위에서 절대적 신뢰 기반의 초협력을 지원하며, 창의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간 결합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블록체인 개발 생태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대중이 함께 데이터를 쌓고 검증해나갈 수 있는 보건의료 및 정책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의 장이 열릴 수 있는 이유이다.

인류는 전염병의 창궐 외에도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의 거대한 공동체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근본적으로 커뮤니티의 합의를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의 발행과 유통이라는 블록체인의 응용적 속성을 넘어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신뢰의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든 시민사회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고 합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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