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병원체들은 국경을 모른다. 그들은 역사나 민족에 관심 없고 단 한 가지, 번식에만 관심 있다. 5000만명 이상씩을 죽인 14세기 흑사병과 20세기 스페인독감처럼, 무역과 전쟁은 인류를 주기적으로 멸망시키는 재앙의 촉진자였다.
최신 유행병인 코로나19도 다르지 않다.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을 오간 사람들은 그 병원체에게 새 숙주를 제공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크루즈선과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을 활용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졌다.
코로나19에 대한 즉각적 대응 방식의 하나는 감염 지역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거의 6000만명이 거주하는 후베이성을 폐쇄했다. 그 지역으로 드나드는 교통이 중단됐고 주민들은 집에 갇혔다. 그 결과 후베이성과 중국 전역의 감염률이 크게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봉쇄를 통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고 다른 나라들에 대비할 시간을 더 줬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전염병학자들은 그런 접근법이 궁극적으로 효과적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통행이 재개되면 질병이 일시적으로 제거됐던 지역에 감염된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다시 퍼뜨려 또 발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격리는 민주국가에선 잘 작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탈리아의 격리는 후베이성만큼 엄격하지 않다. 이탈리아 북부 차단 조처가 발표되자 사람들은 이 지역을 떠났고, 정부가 집에 있으라고 호소해도 많은 이들이 공공장소에 갔다. 그 후 이탈리아 정부는 나라 전체에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재점화된 국가주의 시대에, 지도자들은 이민자뿐만 아니라 감염률이 높은 나라에서 오는 이들에 대해서도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온 사람을 2주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를 폐쇄하고 국경을 닫는 것은 여행자들에 의해 증폭되는 위기에 그럴듯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들은 코로나19 같은 병원체에 관해 잘못된 안보 인식을 제공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독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조금 더 치명적인 수준인 것으로 판명 나고 있다.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은 가벼운 증상만 겪고, 일부는 증상 없이 지나간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에볼라처럼 더 위협적인 질병보다 훨씬 쉽게 전파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즉시 발원지에서 봉쇄되지 않는 한, 최선의 방법은 완화다. 즉,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이 하고 있는 공격적인 검사와 감염자들에 대한 적극적 격리가 그것이다. 그것은 국경 폐쇄보다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늘리는 게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탄탄한 글로벌 대응이 없을 때, 국가들은 지역 협력을 주장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이런 종류의 협력을 위한 시험대다. 다음번 유행병은 더 위험하고, 더 빨리 확산되고, 훨씬 치명적인 것으로 변종 가능할지 모른다. 일본, 한국, 중국, 북한은 국경, 역사, 무역, 안보에서 수많은 불일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로 지역 내 동맹을 창출했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기회를 포착해 역내 과학 컨소시엄, 수송 기관, 의료 대응팀, 빈곤층 지원 자금 등을 창출해야 한다. 이런 협력은 기후 변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무기 감축 등 다른 사안들로도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와 그 영향, 약점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일에서부터 시작하자.
지역 협력은 공통의 적을 필요로 한다. 그 적은 우한에서 부대를 조직했고 이제 그 지역 내 모든 국가로 침투했다. 한국, 일본, 북한, 중국이 역사와 영토의 차이를 옆으로 밀어두고 함께 적에 맞서 싸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