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규 ㅣ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많은 정당과 수많은 정치인이 선거판에서 경쟁 중이다. 교과서에서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라 한다. 실제로 주인 대접을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며칠 동안 유권자는 ‘갑’으로 불린다. 길거리에서 난생처음 보는 남이 나에게 고개 숙여서 인사를 한다. 2020년 4월15일까지 대한민국 전체가 당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이라는 쇼를 한다. 한표를 얻기 위해, 당신의 마음을 사기 위해 정당과 정치인들은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구애를 한다. 그대는 그대의 소중한 한표를, 수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목숨 걸고 얻어낸 한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긋지긋한 정치판이 싫어서 투표를 거부하거나, 생계나 질병, 나이 차별 등으로 투표할 수 없을 수 있다. 절반 정도의 선거권자는 투표를 한다.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주인 행세를 하는가.
내가 주목하는 좋은 정치인의 기준은 ‘정당에 대한 이해’다. ‘정당에 대한 지식’보다 ‘정당에 대한 경험적 이해’다. 그가 ‘당직’을 맡아서 어떻게 했는지(과거), 하는지(현재), 할지(미래)를 살펴본다. 한국처럼 ‘정당 싫어’인 정치 풍토에서 당직은 티는 안 나면서 욕먹기 좋다. 좋은 정당 만들기는 오래 걸리는 일이며, 성과는 개인이 독점하기 어렵다. 개인의 스펙과 인지도를 높여서 정치인의 주가를 높이는 일이 훨씬 주목받는다. 많은 정치 지망생에게 정당은 선거용 수단이다. 많은 시민들에게 정치인의 정당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팬들 모두, 선수의 구단 기여도를 쳐주지 않는 꼴이다.
정당은 선거철에만 주인으로 불리는 시민들과 선거만 끝나면 주인을 배반하기 쉬운 정치인을 연결한다. 축구, 야구와 같은 단체 스포츠에서,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플레이(협력)가 불가능한 선수는 좋은 선수이기 어렵다. 정당은 스포츠로 치면 구단이다. 뛰어난 개인 선수와 수많은 팬을 연결한다. 당신이 프로야구 팬이라면, 자연스레 당신이 응원하는 구단을 떠올릴 것이다. 본인 소속 팀의 발전을 고민하지 않고 개인플레이만 하는 선수를 응원하긴 어렵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혼자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수십만 행정부 공무원과 본인이 속한 정당 조직이 함께 나라를 운영한다. 팀플레이를 잘하는 정치인일수록 복잡하고 거대한 현대 사회에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 그 정치인을 선거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직이 정당이다. 유능한 구단에서 훌륭한 선수가 나오듯, 유능한 정당에서 훌륭한 정치인이 나온다. 결국 좋은 정당의 효과는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생각의 차이, 정치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며 좋은 정치를 함께 고민하는 조직이 정당이다. 정당 조직 운영 리더십을 거치지 않고 좋은 공직 리더가 될 수는 없다. 선후가 바뀔 순 있다. 이번 총선에서 수많은 인재가 여러 정당에 영입되었다. 반드시 정당을 거쳐서 정치에 입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반짝임이 아니라 오래오래 좋은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정당 조직 운영에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좋은 정당 만들기에 헌신해온 정치인을 살펴보자. 선거를 앞두고 한가한 소리일 수 있다면, 2020년 4월16일, 좋은 정당 만들기를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