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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코로나 이후 제주에 제2공항이 필요한가 / 김광종

등록 2020-05-22 16:50수정 2020-05-23 02:32

김광종 ㅣ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회원

코로나19 국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간 영역의 활동이 축소되면서 자연 생태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기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환경을 훼손하며 자연의 지배자로 군림해온 인간들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을 통해 자연이 주는 준엄한 경고이자 무언의 압력이다. 코로나19가 지구온난화와 지구환경 변화, 구제역, 사스, 메르스 등의 전염병 등에도 끄떡 않고 막개발과 무한경쟁 질주를 멈추지 않던 인간들이 뒤를 돌아보고 잠시 멈춤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엄청난 재앙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세계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고 지역마다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대부분을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제주도도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상황에 맞게 새로운 관광 전략을 짜지 못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앞으로 전 세계 여행 규모가 확 줄어들 뿐 아니라 대규모 원정관광에서 건강과 안전 위주의 소소한 인근 여행으로 관광 패턴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대규모 단체관광에 기대며 관광객의 숫자에만 의존했던 제주관광 관행을 돌아봐야 하며 제주도가 코로나 이전에 세웠던 정책을 재평가, 수정해야 하는데, 가장 급한 것이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제주 제2공항 추진 문제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수습된다 해도 제2, 제3의 코로나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 속에서 작은 섬 제주에 덜렁 공항 하나 더 만들어 관광객 수만 늘리려 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주는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다.

엄밀하게 재조사해야 한다. 관광객이 예년 상태를 유지할지, 더 줄어들지, 제2공항이 필요할 정도로 늘어날지, 늘어나도 제주도 환경이 감당할 수 있을지 말이다. 몇백만평의 땅을 뒤집어엎어 수천만 생명을 죽이고, 숨 쉬는 대지를 활주로로 만드는 데에만 5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이렇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건설해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지 않으면 제2공항은 애물단지가 된다. 목포, 군산 등의 공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에 하나 관광객이 늘어 1년 2천만명이 넘으면 더더욱 걱정이다. 현재 관광객 1500만명에도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매립장이 넘쳐나고 있다. 수질오염, 막개발, 교통난, 주차난이 날로 심해지는 상황을 봤을 때 관광객 2천만명은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치다. 지금 당장 논의해야 할 과제는 관광객이 줄어도 걱정, 늘어도 걱정인 제2공항 추진이 아니라 제주의 미래에 대한 전략 수정이다.

지금 제주의 우선 과제는 가장 큰 경쟁력인 생태환경의 우수성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당장은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장기 계획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제주도 전체를 친환경적인 섬, 미세먼지 없는 섬으로 차차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환경농업, 전기차 대체 등 다각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제주의 장점을 강화하며 제주 생태의 우수성을 극대화한다면 바이러스 국면에서도 청정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려면 관광객 수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눈앞의 관광객 수와 당장의 이익만 쫓아가다 보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 좀 힘들더라도 관광객 모두에게 환경부담금을 일정액 부과하여 관광객 수를 줄이고 이 예산으로 환경농업, 제주 생태 가꾸기와 제주 생태환경 복원에 주력하며 청정 제주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제주의 경쟁력이다. 저가항공으로 관광객 유치에만 주력하지 말고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청정 제주, 안전한 제주를 복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제주의 장점을 모두 버리고 경쟁하려는 현재의 막개발을 멈춰야만 길이 보인다. 제주도를 둘러싼 상황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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