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파 슈파 슈파 슈파/ 우렁찬 엔진 소리 독수리 오형제/ 쳐부수자 알렉터 우주의 악마를/ …초록빛 대지의 지구를 지켜라…우주를 누비는 독수리 오형제.”
40여년 전 텔레비전 만화 <독수리 5형제> 주제가다. 외계 침입자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는 과학소설(SF), 영화의 인기 소재다.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1898)에서는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했다. 외계 생명체를 다룬 영화 <이티>(1982)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우주전쟁>(2005)도 만들었다. <스타쉽 트루퍼스>(1997)에서는 우주방위군이 외계 괴물과 싸운다.
영화, 만화에서는 독수리 5형제 같은 우주방위군이 지구를 지키지만, 현실에서는 ‘우주군’이 자국의 이익만 지킨다. 일본은 지난 18일 항공자위대 ‘우주작전대'를 20명 규모로 창설했다. 이들의 주 임무는 로켓 부품같이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우주 쓰레기 감시다. 일본 인공위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일본 우주작전대를 두고 국내에서는 ‘고작 우주 쓰레기 감시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허투루 볼 일은 아니다.
21세기에는 각국이 우주도 육지, 공중, 바다처럼 전쟁 영역으로 인식해 우주 공간을 선점하고 우주 군사력을 키우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우주 군사력 건설 정책은 △우주 감시 △대응 방어 △우주 공격 순으로 이뤄진다. 우주작전대는 일본이 우주 작전 공간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첫걸음이다. 일본은 앞으로 항공자위대 전체 병력 4만7천명 가운데 30%가량을 우주 관련 임무에 투입할 구상이라고 한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뒤 본격적으로 우주 군사력 건설에 나섰다. 일본이 우주작전대를 만든 배경에는 미국의 우주군(Space Force) 창설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여섯번째 독립된 군 조직으로 우주군을 창설했다.
미국 우주군 로고에는 United States Space Force(미국 우주군), 로마숫자인 MMXIX가 새겨졌다. 로마숫자는 우주군 창설 연도인 2019년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존 레이먼드 미국 우주사령관(깃발 왼쪽 군인) 등이 지난 5월15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우주군 깃발을 받아 들고 있다. 미 우주군 누리집
미국이 우주군을 만든 이유로는 ‘중국 위협론’이 꼽힌다. 중국은 지상 발사 미사일로 우주의 인공위성을 격추하는 반위성 무기 실험에 성공했고 레이저 빔을 이용한 우주 무기 개발도 추진 중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우주 공간에서도 불붙고 있다. 우리에게 동아시아 우주 경쟁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