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평시라면 주목받을 과학 뉴스도 요즘엔 지구촌을 흔드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쉽게 뒤로 밀리곤 한다. 기대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유전자편집의 안전성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그렇다.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유전자편집(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써서 배아의 유전자를 바꿀 때 그 부작용으로 ‘의도하지 않은 변이’도 함께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됐는데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는 온라인 논문공유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것들이라 사후평가가 이어지겠지만, 서로 다른 연구진이 비슷한 결과를 거의 동시에 보고했다는 점에서 이미 관심 대상이 될 만하다.
먼저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진이 지난달 5일 이런 결과를 보고했다. 배아 발생 연구를 하면서 기증받은 배아에 유전자편집 실험을 했는데 18개 배아 중 4개에서 뜻밖에 다량의 염기서열 재배열과 소실이 나타났다고 한다. 같은 달 18일 다른 논문에선, 미국 컬럼비아대학 등 연구진이 시각장애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편집을 했는데 23개 배아 중 절반에서 그 유전자가 속한 염색체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더욱 눈에 띈 것은 세번째 연구였다. 2017년 배아에서 심장질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교정했다고 <네이처>에 보고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 미탈리포프 교수와 국내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진수 교수 등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편집 때 다량의 염기서열 소실이 함께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해 20일 보고했다. 새로운 분석기법을 써서 당시엔 알지 못한 이상 현상을 새로 찾아낸 것이다.
세 건의 연구는 새로운 성격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전에는 주로 ‘표적이탈’이 큰 걱정거리였다. 유전자가위 분자가 교정하려는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의 표적 지점에서 벗어나 엉뚱하게 다른 곳을 자르고 편집하는 표적이탈 부작용이 극복 대상이었다. 그래서 표적이탈을 개선하는 여러 연구개발이 이어졌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걸까? 표적은 적중한다 해도 표적 지점 부근에서 뜻하지 않게 염기서열의 소실, 재배열 같은 부작용이 함께 일어날 수 있음이 2018년 알려진 데 이어 이번에 배아 유전자편집 연구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무얼 말해줄까? 물론 과학 연구는 전진하고 문제를 극복하거나 우회하는 기술도 계속 시도될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편집이 넘어야 할 안전성 문턱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또한 유전자 절단과 편집 때 세포핵 안 디엔에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생명현상의 복잡성을 우리가 아직은 충분히 알지 못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