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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WTO 총장이 될까

등록 2020-07-17 20:16수정 2020-07-18 16:27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 본부에서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 본부에서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지금 3명의 국제 외교·통상부문 파워 여성들이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164개 회원국을 거느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임기 4년)에 유명희(53)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8명이 도전에 나서 16~17일 일반이사회에서 정견을 발표했고, 이튿날부터 두달가량의 선거운동 캠페인에 들어갔다. “도전이 성공하면 한국 경제에 일대 쾌거다. 승산이 있다고 확신한다.”(정부 고위 통상관료) 정부는 “겸손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강력한 ‘소망’을 밝힌다.

선거 구도는 흥미진진하게 짜였다. 입후보자 8명 중에 미국·유럽연합·중국·일본·인도 출신은 없다. 세계무역기구 총장 선출 규정에 지역 안배가 ‘고려사항’으로 돼 있으나 특정 지역마다 순번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외신과 세계무역기구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안팎에서는 사실상 ‘여성 세 명’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유 본부장,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나이지리아) 전 세계은행 전무, 아미나 C. 모하메드(케냐) 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의장이다. 세계은행에서 25년 근무한 이력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헤비급’으로 평가받는 오콘조이웨알라가 먼저 등록을 마쳤고, 이어 유 본부장이 도전장을 낸 뒤에 모하메드가 막판 가세했다. 모하메드의 출마를 유 본부장이 사전에 감지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모하메드는 2015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의장을 맡는 등 막강한 ‘국제통상 헤비급’으로 불린다. “모두 특유의 언변과 뛰어난 조직장악력을 갖춰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논평이 나온다. 우리 정부 선거캠프도 ‘여성 후보 3파전’을 선거판 형세로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는 세계무역기구를 구하겠다.” 8명이 한결같이 일성으로 주창하는 슬로건이다. 약 500년 전 칼뱅이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외쳤듯 ‘세계무역기구 갱생·회복’을 외친다. 유 본부장은 “지금은 침몰하고 있는 배(세계무역기구)의 운명이 걸린 비상시국이다. 자유개방 무역과 다자주의 무역 체제 존속을 위해 유명희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모하메드는 새 통상질서·규범 수립 무역협상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차 대전 직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탄생한 가트(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이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결실로 19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는 오랫동안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국가간 무역통상이 원만한 합의·양보·이행보다 “자국 이익 수호를 위한 분쟁·갈등·불이행이 판치는 세계”라는 점이 표류의 원천적 배경이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은 수십년째 결렬되면서 사실상 실패했고, 이 기구의 핵심 기능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상소기구(분쟁해결기구) 구성조차도 미국이 신규 패널 임명에 번번이 퇴짜를 놓으면서 작동이 멈춰 있다. 이 기구가 담당해야 할 국제 교역통상 이슈를 오히려 ‘주요 7개국’(G7) 그룹 같은 다른 기구가 논의하는 현실이 작금의 처지를 드러낸다.

과연 일본은 유 후보를 기필코 주저앉히려고 고약한 행동에 나설까?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은 ‘훌륭한 인물이 뽑힐 수 있도록 선출 과정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수준이다. 특정 후보 낙선 캠페인에 나설 가능성은 낮고, 만장일치로 선출하는 구조에서 일본이 최후의 1표를 쥐고 끝까지 반대할 명분도 별로 없다.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반대하던 국가도 일치된 행동으로 돌아서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막강한 주먹(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무역기구를 움직여온 미국·유럽연합·중국은 판세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맨 나중에 의견을 표명할 공산이 크다. 총장 선출은 회원국들의 지지도가 낮아 가망이 별로 없는 후보를 도중에 자진 철회 형식으로 탈락시키는 절차를 차례로 반복한 뒤 마지막 1명을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원국들이 미국 대선(11월3일) 이후로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한주 후보들은 현지에서 각국이 제네바 대표부에 파견한 통상무역 담당 대사들과 개별 접촉해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무역통상뿐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가 달려들어 지원 선거운동을 백방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외교통상 세계에서 폭넓은 인맥과 지명도가 있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선거캠페인 내내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일 것이고, 막판으로 치달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회원국 정상들에게 유 후보 지지를 부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본부장이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사무관으로 맨 처음에 일한 부서가 ‘세계무역기구과’였다.

조계완 산업부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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