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이재명의 기사회생과 재·보궐선거

재·보궐선거(재보선)가 내년 4월7일 열린다. 재보선은 연 1회 4월 첫주 수요일에 치르게 돼 있다. 21대 국회의원은 아직 선거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얼마나 재보선 대상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단 서울과 부산, 광역단체장 두곳의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반면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단으로 재선거 대상에서 벗어났다. 경기지사까지 포함됐다면, 내년 재보선은 인구 절반 규모로 판이 커졌을 것이다.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역대급 중간평가 기회를 열어줄 뻔했으니, 여당으로선 아찔했을 법하다.

한날 열리지만, 재선거와 보궐선거는 사유가 다르다. 보궐선거는 선출된 공직자가 사퇴, 사망 등으로 공석이 됐을 때 치른다. 오거돈·박원순 시장의 사퇴·유고가 이에 해당한다. 뇌물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직위를 상실’한 경우도 보궐선거 대상이다. 이와 달리 재선거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치르게 된다.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본인 100만원 이상, 선거사무장이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경우 등으로 정해져 있다.

예컨대, 2013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은 보궐선거가, 부산 영도는 재선거가 치러졌다. 노원병은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 엑스파일’을 공개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인 반면, 영도는 이재균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지역구였기 때문이다.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국가에서 보전받은 해당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만약 이 지사가 유죄를 받았다면, 38억여원을 물어내야 했을 것이다. 2019년 재산신고액 28억5100만원보다 많다.

이 지사가 기사회생하며 더불어민주당도 한숨을 돌렸다. 내년 재보선 전선을 묶었고,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도 지켰다. 이 지사는 최근 여러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위를 고수하며, 1위 이낙연 의원과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족쇄 풀린 이 지사가 치고 올라갈지, 이 의원이 반등하며 달아날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손원제 논설위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