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벨기에는 1인당 기준으로 유럽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다. 인구가 1150만명인데 6만6천명이 감염됐고 거의 1만명이 죽었다. 벨기에의 치명률은 100만명당 860명 사망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벨기에는 엄격한 봉쇄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물결을 억제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감염률을 급격하게 줄였고, 경제를 재개했다. 벨기에는 6월 중순에 관광객들에게 국경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7월에 안트베르펜시 주변에 새로운 감염이 발생하면서 벨기에의 감염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벨기에 정부는 공공장소나 결혼식 같은 사적인 행사에 모일 수 있는 사람 수를 재빨리 제한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소피 윌메스 벨기에 총리는 “(정부 조처들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의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많은 조처를 취하더라도 개인들이 규칙을 안 지키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벨기에 정부는 알고 있다.
미국 인구는 벨기에의 약 30배다. 최근 감염 급증 기간 동안에 벨기에는 하루 평균 279건의 신규 확진자 증가를 겪었다. 미국이 비슷한 상승세를 겪는다고 치면 하루 신규 확진 8370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는, 7월 중순 이후 미국에선 하루 평균 6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벨기에의 7배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제한을 도입하지 않고 그 반대를 고수했다. 그는 각 주에 경제를 재개하라고 독촉했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주 최근까지도 그는 마스크 착용조차 거부했다.
미국인 400만명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약 15만명이 죽었다. 미국은 전세계 인구의 4.3%이지만 전세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26%, 사망자의 22%를 차지한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효과적 대응을 조율하지 못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 위기가 6개월이 되는데도 미국은 완벽하게 작동하는 검사와 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특정 지역에서는 실제 감염자 수가 10배 높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책임이 상당히 크지만,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의 문제만은 아니다. 문제는 미국인들에게도 있다.
미국이 현재 팬데믹의 중심지인데도 많은 미국인은 코로나바이러스에 회의적이다. <액시오스>와 입소스의 7월 조사를 보면, 세명 중 한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통계가 과장됐다고 믿는다. 미국인의 상당수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는 것을 거부한다. 이들은 술집에 가고, 해변에 모이고, 700명을 감염시킨 것과 같은 대규모 집 파티를 연다. 그렇다. 이들은 자신들의 대통령과 공화당, 그리고 <폭스> 같은 반자유주의적 뉴스에 세뇌됐다.
그러나 문제는 더 깊다.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이기적 개인주의라는 질병에 감염돼왔다. 미국은 <이기심의 미덕>이라는 책을 쓴 소설가 에인 랜드를 배출한 나라다. 이 나라는 세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뭐든지 하는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들을 만들어낸 나라다. 이 나라는 백신을 거부하는 소수와 그들의 비합리적 신념이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라다. 또 자기 행동에 어떤 개인적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 대통령을 선출한 나라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중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나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전임자 버락 오바마부터 민주당, 중국까지 모든 것을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은 미국의 이기적 개인주의의 특별한 악성 변종이다.
미국은 인종·성·경제 불평등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가지 감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 궁극적으로 가장 해로운 감염은 이기심이다. 너무 많은 미국인이 개인주의 숭배에 빠져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매우 빠르게 확산될수록, 이 종교는 사실 죽음 숭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