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람들은 과장하기를 좋아한다. ‘~도 없다’라는 말은 어떤 것의 부재를 과장하는 표현이다. 예컨대, 바라는 걸 안 하면 앞으로 받을 몫이 전혀 없다고 겁줄 때 쓰는 ‘국물도 없다’를 보자. 나는 어머니한테 ‘국보’라 불릴 만큼 국을 좋아했다. 줄기마저 흐물흐물해지게 끓인 미역국 국물을 유독 좋아했다. 국물을 후루룩 마시면서 깊고 그윽한 갯내를 함께 삼켰다. 그런데 ‘국물도 없다’고 하면서 국물을 가장 하잘것없는 음식 취급을 하니 이상했다. 여하튼 가장 하품인 국물도 없으니 굶으라!
‘~밖에 없다’는 말에도 과장이 섞여 있다. ‘너밖에 없다’고 하면 ‘너’ 말고는 아무도 없으며, ‘천 원밖에 없다’는 ‘천 원’ 외에 더 가진 돈이 없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안쪽에 뭐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도 없다’는 그것마저 없어서 더 극단적이다. ‘믿을 사람이 너 하나밖에 없다’고 하면 갑자기 둘이 한통속이 되지만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듣는 나는 뭐지?’ 묻게 된다. ‘하나밖에 없다’는 ‘유일함(1)’을, ‘하나도 없다’는 ‘전무(0)’를 뜻하니 숫자로는 한 끗 차이지만 말맛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고향 마을엔 사람 그림자도 없는데 과잉도시 서울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비좁고 아무것도 없는 민중들은 죽을 짬도 없이 바쁘다. 쥐뿔도 없는 사람들이 눈코 뜰 새도 없이 일해서 집 한 칸 사는 건 이제 꿈도 못 꾼다. 사람들은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을 위한 정부를 원한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다. 과장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