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룡 화석 발견되다.’ 나무 진액이 굳어 만들어진 9900만년 된 화석 호박에서 2㎝도 안 되는 새 모양 공룡의 머리뼈가 발견됐다는 고생물학 논문이 지난 3월 화제가 됐다. <네이처>의 표지 논문으로 실려 주목받았다. 그런데 불과 넉달 뒤인 지난달 이 논문은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네이처>는 다른 화석 증거로 볼 때 공룡 화석이라는 결론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논문철회 이유도 투명하게 공지했다. 이날 <네이처>에선 양자이론에 관한 다른 논문도 함께 취소됐다.
사전심사가 엄격하기로 이름난 과학저널들에서도 논문철회 공지를 보는 일이 요즘엔 아주 이상하지 않다. 과학이 건강하게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논문철회는 좋은 일도 아니고 흔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예전엔 단순 오류나 연구부정이 드러나 무대에서 퇴출되는 논문의 퇴장 소식을 알리는 데 학술지들은 꽤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 있으면서 변화를 이끄는 데에도 뚜렷한 역할을 해낸 작지만 강한 독립 매체가 있다. 2010년 8월3일 미국 과학언론인 아이번 오랜스키와 애덤 마커스가 의기투합해 블로그에 만든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watch.com)가 최근 창간 10돌을 맞았다.
대체 난해한 과학논문의 시시콜콜할 수도 있는 철회 소식에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하지만 몇번의 특종 보도가 과학계 독자에게 반향을 일으켰고 응원과 제보가 잇따랐다. 공익을 내걸고 가욋일로 시작한 블로그에 몇몇 재단의 지원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활동은 넓어지고 깊어졌다. 세상에 없던 논문철회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건 큰 성과였다. 과학의 자정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공익 보도라는 데 공감한 자발적 후원자들이 나타났다.
작은 블로그로 시작한 일이 커졌다. 쉬쉬하며 지나갈 뻔한 중요한 논문철회 소식을 학계와 세상에 알리고, 때로는 연구부정 의혹을 추적해 진상을 드러내고, 때로는 실수나 오류를 뒤늦게 파악해 스스로 논문철회를 결정한 연구자의 정직과 용기에는 힘을 보태면서, 과학계와 기성 매체들이 주목하는 전문매체로 자리를 잡았다.
이 매체는 국내에도 꽤 알려져 있다. 일부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철회나 연구부정이 국내 언론보다 이곳에 더 빠르게 실려 세계에 알려졌다. 그래서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과 대단한 노력이 부럽고, 이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부럽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철회 논문 정보를 모아둔 서비스(한국학술지인용색인 홈페이지)가 이뤄지고 있지만, 찾아 이용하기가 수월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