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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멸종저항은 세대전쟁이다

등록 2020-08-23 14:39수정 2021-04-04 17:16

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이번 여름은 날씨가 이상하다. 비가 계속 온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환경단체는 경고한다. 이건 이미 위기가 아니라 재난이다. 이상기후가 정상이 되었다. 우리는 코로나에 대응하듯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국가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 생산, 유통, 소비의 혁명적인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과학은 분명하다. 아니, 수십년 전부터 분명했다. 지금 인간이 지구에 사는 방식은 지속불가능하다. 지구를 살리자는 게 아니다. 지구는 죽지 않는다. 위험한 건 우리의 목숨이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생명체 모두의 생존이 달렸다.

우리는 제6차 대멸종을 목도하고 있다. 무수한 동식물 종이 매일 사라진다. 기후재난과 절멸에도 불평등이 있다. 인류 문명의 중심지에서 동떨어진 극지방과 열대우림의 동물들이 먼저 에스오에스(SOS)를 보냈다. 녹아내리는 얼음 위의 북극곰을 본 게 하루 이틀인가? 하지만 남 일이었다. 아마존이 불타는 게 하루 이틀인가?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시베리아도 불탔지만 남 일이었다. 바그다드가 51도를 기록했지만, 중동은 원래 덥지 않나? 지붕 위에 올라간 소를 보고서야 우리는 실감했다. “이건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다.” 그리고 소를 “구조”해서 기후위기의 주범인 축산업의 피해자로 다시 끌고 갔다. 비가 그치면 다들 원래 살던 방식대로 돌아갈 것이다. 소고기 먹고, 석유차 끌고, 비행기 타고, 나무를 벨 것이다. 이대로 가면 2050년 지구는 거주 불능이다. 종말을 막기 위해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10년이다. 멸종의 유령 앞에서도 우리는 왜 각성하지 못하는가? 이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부동산이란다. 멸종저항은 결국 세대전쟁이다. 오늘날 지구를 지배하는 이들은 산업화 세대다. 트럼프는 부동산 투기로 권력을 얻었고, 시진핑, 푸틴도 개발논리로 무장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민주화 세대도 사실 부동산 세대임이 드러났다. 이들 모두 기후재난의 혹독한 대가를 온전히 치르기 전에 다 죽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에게 환경 문제는 끝까지 남 일이다. “미래세대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선심 쓰는 차원이다. 근데 그 미래세대가 나다. 나는 최소 90살, 그러니까 2080년까지는 살고 싶은데, 내 인생의 대부분을 윗세대가 싼 똥 치우며 허비하고 싶지 않다. 맑은 공기와 좋은 날씨와 푸른 산천을 원한다. 후대를 위해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사치가 아니다. 당장 내 인생이 걸렸다.

향후 10년간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Z)세대가 산업화 세대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멸종저항은 2018년 영국에서 시작하여 세계로 퍼지고 있다. 비폭력 시민불복종으로 정부에게 기후생태 비상 선포를 요구한다. 모두가 평화적이지는 않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막심 크리보시가 13명의 인질을 붙잡고, 대통령에게 다큐멘터리 <지구생명체>를 시청하라고 요구했다. 기후생태 재난 앞에 정당 정치, 정체성 정치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런데 여의도는 아직도 국회의원이 원피스 좀 입었다고 왈가왈부한다.

희망을 품어본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 삶이 크게 바뀌었다. 기후재난도 각성만 하면 바뀔 수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혁명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비행기를 멈추고, 석유차를 없애고, 채식을 해야 한다. 코로나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기성세대가 결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년과 청소년이 나서야 한다. 당사자인 우리가 엄마, 아빠, 이모, 삼촌들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 문명사의 분수령에 우리가 서 있다. 10년간의 싸움이 이후 백년, 어쩌면 천년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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