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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재인 정부는 ‘친중’인가?

등록 2020-08-25 15:51수정 2020-08-26 02:42

박민희

논설위원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 정부는 너무 ‘친중’ 아닌가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친중 정부’라고 비난하는 글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를 ‘친중’으로 공격하는 보수·극우 세력의 집요한 공세가 ‘혐중 정서’ 확산과 맞물리며 심각한 오해를 만들어냈다.

보수·극우 세력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친중’으로 비난하며 내세우는 주요한 근거는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아 코로나19가 퍼졌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발 입국 금지만으로는 방역에 실패한 나라가 더 많다는 점에서 가짜뉴스 공세다. 2017년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같은 국가”이며 “(한국은) 중국몽과 함께하겠다”고 한 발언도 문제 삼는다. ‘외교적 언사’가 과도했던 측면이 있지만, 미국을 향해서는 더욱 과도한 언어가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은 지나치게 ‘친미’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 북-미 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외교 역량의 상당 부분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2018년 청와대가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2019년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를 거부한 이후, 한국은 ‘트럼프 일변도’ 정책을 중단하고 스스로의 핵문제 해법을 내놓아야 했으나, 계속 ‘미국 설득’에 집중했다.

미-중 ‘신냉전’의 영향이 한국 외교에도 핵심 과제가 된 지금, 정부는 중국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전략의 부족을 반성해야 한다. 사드 갈등을 ‘3불 입장’ 언급으로 봉합한 이후,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한 대중 외교는 가동되지 않았다. 청와대 안에 대중국 전략을 책임지는 전략가가 없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에 조언하는 전문가들조차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외교부에서 미-중 신냉전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청와대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청와대 안보실은 미국파, 외교부는 북미국이 주도한다. 중국 정책은 아무도 챙기지 않는다.”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지난 주말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정치국원이 싱가포르를 거쳐 방한해 부산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6시간 동안 만났다. 양 정치국원은 미-중 갈등을 포함한 국제 정세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했고, ‘한국은 시진핑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확인했다.

양 정치국원은 왜 이 시점에 한국에 왔을까. 미-중 갈등이 극심해진 가운데, 최근 중국 내부에선 미국의 공세에 대한 대응 방향을 두고 강온파 논쟁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덫에 빠져 중국에 대한 국제적 반감만 키우지 말고, 차분하게 우군을 확보해 ‘지구전’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이 치열한 내부 논의 끝에 전략을 가다듬은 뒤 첫 행보가 양제츠 정치국원의 한국, 싱가포르 방문이었다. 이번주에는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독일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한다.

동북아의 한국, 동남아의 싱가포르, 유럽의 독일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국가들 가운데 중국이 합종연횡의 핵심 대상으로 선택한 국가들이다. 독일은 유럽에서 중국을 경제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부터 리셴룽 현 총리까지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미-중 사이에서 능숙한 외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진핑 방한’을 통해 우리는 어떤 과제를 풀려고 하는가. 더 이상 ‘한한령 해제’ 같은 목표에만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 요구, 중국 미래산업의 핵심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박을 어떻게 극복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중국과 어떤 협력을 할지도 더욱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홍콩국가보안법 등에 분명한 원칙도 필요하다. 중국이 발신하기 시작한 ‘우호 신호’를 활용하되, 미-중의 편가르기 압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진전시킬 전략을 정부가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다듬고 있는지 궁금하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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