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패닉 바잉’ 멈출 수 있다 / 송기균

등록 2020-08-26 17:09수정 2020-08-27 09:16

송기균 ㅣ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30대의 주택 ‘패닉 바잉’이 무서울 정도다. 6월 한달간 30대는 아파트를 2만3천채 매입했다. 서울에서만 3600채의 아파트를 매입하여 5월의 1260채보다 무려 3배 급증했다. 7월에는 5345채를 매입하여 말 그대로 공포심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지난 6년간 서울 집값은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74% 폭등했다. 이런 급등한 가격에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30대가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집값을 하락시킬 것으로 믿고 30대는 내 집 마련을 미뤘었다. 그러나 집값은 가파르게 급등을 지속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집값이 더 상승할 거라는 공포감에 쫓겨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패닉 바잉’이다.

그런데 패닉 바잉에 뛰어든 30대 중 상당수가 주택시장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노력해도 시장의 힘이 더 강해서 집값은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런 생각 때문에 급등한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정부의 힘이 시장의 힘보다 훨씬 더 막강해서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집값을 쉽게 하락시킬 수 있다.

가령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과도한 대출을 끼고 투자한 주택들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대해 격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

금리 인상보다 집값 하락에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정책 수단이 있다. 다주택자인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베푸는 어마어마한 세금 특혜를 폐지하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가양6단지는 전용면적 39.6㎡(15평)의 초소형 단지다. 그 아파트 가격이 2015년 2억원이었을 때 100채를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사람이 현재 실거래가인 5억4천만원에 매도한다면 340억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그 사람은 양도세를 얼마나 내게 될까? 또 종부세는 매년 얼마를 내야 할까?

7·10 대책에서 양도세율을 3주택자의 경우 72%로 인상하고, 종부세율도 공시가 기준 94억원 이상은 6%까지 인상했다. 이 세율을 적용하여 단순 계산하면 양도차익 340억원에 대해 244억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고, 종부세는 매년 약 26억원을 내야 한다.

이런 세금을 내면서 주택을 계속 보유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7·10 대책의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다주택자 매도가 줄을 잇고 패닉 바잉은 즉각 멈출 것이다. 그러나 7·10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 보름이 지났는데 다주택자 매물은 나오지 않고 집값도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종부세와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 100채를 10년간 임대하고 2025년 매도할 경우 농특세 20%를 제외하고 양도세는 1원도 안 낸다. 정상적으로 과세할 경우 매년 약 26억원을 내야 할 종부세도 전액 면제한다.

이런 세금 특혜를 제공하자 돈 있는 이들이 주택을 사재기해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집값이 급등했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에서만 각각 6만채와 12만채가 임대주택으로 신규 등록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등록된 임대주택 160만채와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51만채를 더해 210만채 이상이 양도세와 종부세를 거의 안 낸다.

7·10 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주택은 8년 만기가 도래할 경우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양도소득의 50%를 공제하고 양도세 중과도 면제해준다. 종부세 전액 면제의 특혜는 임대 만기까지 유지된다.

7·10 대책 발표 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등록된 임대주택은 기간 만료 시까지 세제 혜택을 보장해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말을 들은 30대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정부가 주택 패닉 바잉을 멈추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면 160만채의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고 패닉 바잉은 즉각 멈출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박래군씨, 왜 그렇게 사세요? 이름대로 살았습니다 1.

박래군씨, 왜 그렇게 사세요? 이름대로 살았습니다

[사설] 대통령 기자회견, 국정기조 변화없는 자화자찬 안돼 2.

[사설] 대통령 기자회견, 국정기조 변화없는 자화자찬 안돼

[사설] ‘정부24’ 개인정보 대거 유출, ‘전자정부’가 위험하다 3.

[사설] ‘정부24’ 개인정보 대거 유출, ‘전자정부’가 위험하다

김민기 그리고 세상의 모든 ‘뒷것’들 [김영희 칼럼] 4.

김민기 그리고 세상의 모든 ‘뒷것’들 [김영희 칼럼]

20대가 적어서, 아이 없어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선호한다고? [기고] 5.

20대가 적어서, 아이 없어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선호한다고? [기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