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테슬라 전기자동차와 스페이스엑스 우주선 같은 혁신기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말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신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뇌와 컴퓨터를 이어주는 칩 ‘링크 0.9’를 공개하는 행사였다(youtu.be/DVvmgjBL74w). 공개된 칩은 지름 2.3㎝의 동전 모양이었다. 칩을 뇌에 심은 돼지가 이날 설명회장에 등장했다.
던져준 먹이를 찾아 먹는 동안에 돼지 뇌에 있는 칩은 신경세포들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활성 신호 변화를 실시간으로 주변 컴퓨터 화면에 전송해 보여주었다. 다른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돼지의 뇌에서 측정된 신호가 화면에 역동적인 그래프로 펼쳐졌다. 칩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신호를 읽고 쓰는 일종의 인터페이스 장치다. 머스크는 이 기술이 미래에 신체 마비, 청력과 시력 상실, 우울증 같은 신경학적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신경세포의 신호를 출력하고, 신경세포에 자극 신호를 입력하는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사실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1980년대 말 파킨슨병 환자 뇌에 전극을 심어 신경치료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런 뇌심부자극술(DBS)을 정식 승인했다. 사지마비 환자가 뇌에 심은 전극 장치를 통해 로봇팔을 움직이는 신경보철 기술은 간간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인간 뇌에 신경세포가 1000억개나 있고(860억개라는 다른 계산도 있다) 신경세포들의 연결부위(시냅스)는 무려 100조개나 된다. 이런 복잡성을 다루기는 누가 봐도 쉽지 않다. 그래서 로봇팔의 간단한 동작을 제어하는 기술도 많은 경험적 연구와 검증을 거쳐 의료용 도구로 자리를 잡아갔을 것이다.
머스크의 기업 뉴럴링크가 공개한 칩 장치에 세계 언론매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칩은 성능과 디자인에서 주목을 받았다. 더 많은 신경세포 신호를 간편한 칩에서 처리한다. 칩을 심는 기술도 크게 개선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 인지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머스크의 신경공학 목표는 뇌의 복잡성을 생각할 때 너무 멀게 느껴졌다. “공학적으로 탄탄하지만 신경과학으로는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에 머스크는 ‘달에 간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달에 가는 건 어렵다’라는 반박의 트위트를 올렸다.) 안전성과 신경윤리라는 높은 문턱도 남아 있지만, 그의 신경공학 도전이 기업가의 허세에 그칠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혁신을 보여줄지는 다음 기술 공개 때까지 두고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