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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아주 짧은 블랙홀 역동의 동영상

등록 2020-10-06 17:34수정 2020-10-07 12:29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검은 원을 둘러싼 반지 모양 빛의 고리’. 지난해 4월 블랙홀과 주변을 처음으로 직접 관측해 얻은 한 장의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실제 모습에 가장 가까워 사실상 ‘블랙홀 사진’으로 불렸다. 뉴턴 중력이론에 기초해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엄청난 중력의 “검은 별”이 18세기에 이론적 존재로 제시됐다가 잊히고, 다시 20세기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기초해 “얼어붙는 별”, “블랙홀”이 이론 계산과 간접 관측으로 확인됐지만, 최초의 직접 관측은 이때 이뤄졌다.

고요한 정지 영상이지만, 거기에는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M87)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의 엄청난 역동이 담겨 있다. 빛의 탈출속도를 압도하는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은 캄캄한 검은 원을 만들었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주변 물질은 고온 상태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며 빛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이 블랙홀 관측은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이라는 이름의 국제 협력연구단이 이끌어왔다. 한국 천문학자들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최초의 블랙홀 사진은 2017년 세계 전파망원경 관측소 8곳이 지구 규모에서 동시 관측에 나서 얻은 대량의 관측 데이터를 오랫동안 정제하고 분석해 얻은 것이었다. 연구진이 이번에는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관측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이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블랙홀 주변은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블랙홀 둘레의 빛 고리에는 유난히 더 밝은 부분이 있는데, 그 밝은 부분이 해마다 다른 지점에서 나타난다는 게 확인됐다. 2013년에는 빛의 고리에서 오른쪽이 더 밝았으며, 2017년에는 아래쪽이 더 밝았다. 빛의 변화는 주변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며 격렬한 소용돌이 요동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양 질량 65억배의 이 블랙홀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거대 규모의 블랙홀 사건일 것이다.

정지 영상에 갇혔던 블랙홀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2009년과 2011년, 2012년, 2013년, 2017년의 관측 데이터를 통해 블랙홀의 다섯 장면을 제시했다. 언론들은 다섯 프레임으로 이뤄진 아주 짧디짧은 동영상을 ‘블랙홀 영화’로 소개했다. 협력연구단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이제는 다음 10년 안에 최초의 블랙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9년과 2020년엔 코로나19와 다른 사정으로 인해 공동 관측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더 많은 장면을 포착하는 프로젝트는 계속될 듯하다. 블랙홀 장면이 늘어날수록, 정지 영상의 블랙홀은 동영상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며 수수께끼도 하나둘씩 더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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