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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지금 평양은 ‘80일 전투’ 중 / 권혁철

등록 2020-10-14 14:58수정 2020-10-14 22:05

“북한에서 내전이 벌어졌나요. 요즘 무슨 전투가 한창이라고 하던데…”

최근 어느 온라인 게시판에 누리꾼이 올린 질문이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10일) 열병식을 마치고 ‘80일 전투’가 한창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전투’를 우리가 알고 있는 뜻뿐만 아니라 ‘혁명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혁명적으로 벌이는 활동’으로도 설명한다. 전투는 국가적인 노동력 총동원 운동이다. 생산과 건설을 늘려 경제계획 등의 목표를 이루고, 체제 단속과 내부 결속 효과도 노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년 초로 예정된 노동당 8차 대회를 앞두고 올해 경제 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전당적, 전국가적으로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지난 5일 결정했다. 올해 북한이 코로나19, 홍수, 태풍 등 ‘3중 재난’으로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자 내린 결정이다. 북한에서는 1971년 ‘100일 전투’ 이후 이번까지 모두 13차례 전투가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전투는 당 대회, 당 창건 기념일, 주요 경제개발계획 목표 달성 등을 위해 시작했다. 기간은 70일이 가장 짧았고, 200일이 가장 길었다.

80일 전투는 북한 특유의 속도전 방식이다. 속도전의 원조는 1974년 ‘70일 전투’였다. 그해 북한은 10월이 넘었는데 경제계획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앙에 전투지휘부를 꾸리고 간부들을 지도소조로 묶어서 공장기업소에 보내고, 노동자와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밤낮없이 일해 그해 경제계획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속도전은 사상사업을 앞세워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고 그 질을 가장 높게 보장하는 전투적 사업 방식이라고 북한은 설명한다.

1950년대 소련의 스타하노프 운동, 중국의 대약진 운동, 북한의 천리마 운동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대중동원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의 공통점은 생산성을 강조하고 생산속도를 높여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것이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자본·기술이 없던 북한은 노동력에 기댄 대중 동원 방식으로 전후 복구를 하고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1960년대 중-소 분쟁 와중에서 주체사상을 앞세워 독자노선을 걷던 북한은 노동력과 사상교양으로 경제 발전의 동력을 마련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데, 북한에서는 1974년 70일 전투 이후 속도전이 대중운동의 운영 방침을 규정하는 기본 원칙이 됐다. 경제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 전체가 속도전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성과를 거뒀던 1950~60년대와 달리 1970년대 이후 속도전이 북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많다. 열심히 일할 동기 유발에 한계가 있는데다 주민 피로감이 커졌고, 단기적인 목표에만 매달린 총력전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경제계획 수행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번 80일 전투가 ‘인민의 행복한 내일을 앞당겨 오는 총공격전’(박봉주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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