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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침묵의 살인자’와 맞서기 위한 연대 / 아르미다 살시아 알리샤바나

등록 2020-10-15 18:26수정 2020-10-20 08:22

아르미다 살시아 알리샤바나 ㅣ 유엔 사무차장·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사무총장

400만명. 심장질환, 뇌졸중, 폐질환 등을 악화시키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전세계의 연간 조기사망자 수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를 포함하면 700만명이다. 이 숫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세계 100대 도시의 대부분은 이 지역, 특히 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있다. 대기오염 배출원과 인구가 함께 고밀도로 집중된 탓에 아태 지역 인구의 90%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도의 대기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올해 코로나19는 많은 지역에서 대기오염과 깨끗한 공기에 대해 새삼 깨닫는 경험을 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물질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도시에 차량의 통행과 공장 가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도시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이렇게 대기질이 잠시 개선되었지만, 대기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아태 지역 대기오염은 경제활동 및 인구 증가와 더불어 지속 불가능한 생활 방식과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생산 방식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어왔다. 그러나 국가나 지역마다 주요 현안 의제는 다르다. 동북아의 경우, 겨울 난방이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남아시아의 경우 농업 부산물 소각이 최악의 대기오염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동남아시아는 삼림 지역에서 발생하는 연무가 지역 현안이다. 이러한 특수성이 있지만 도로, 산업, 생활 등 여러 부문의 대기오염 문제는 보편적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많은 정책적, 기술적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에스캅) 회원국은 2019년 연차총회에서 대기오염을 위한 지역 협력을 강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 지역에서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역사적 결의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유엔 총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제안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을 9월7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대기오염과 관련한 글로벌 연대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올해 아태 지역 차원의 제1회 ‘푸른 하늘의 날’ 행사는 에스캅과 주타이 대한민국 대사관이 공동으로 방콕에서 개최하였고, 각국의 정책과 지역 협력을 통한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 해결 방안을 논의하였다.

대한민국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의장으로 둔 국가기후환경회의와 같은 기관을 통해 다른 국가의 기술 및 인적 역량 강화를 위한 경험과 아이디어, 실질적인 정책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 국제 협력 의제 추진의 촉진자 역할과 아울러 아태 지역 차원에서의 대기오염 정보 공유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올해 초 대한민국은 대기오염 관측을 위한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을 발사하였다. 동북아시아에서 남아시아까지 매시간 주요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하는 위성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에스캅은 이 위성의 대기질 모니터링 정보를 아시아 국가와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지역 파트너십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국가와 도시가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지상측정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이 위성 관측 자료는 대기질 관리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아태 지역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한민국의 리더십과 기술 노하우는 매우 중요한 지역 자산이다. 에스캅은 대한민국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다른 회원국 정부, 민간 부문 및 과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한 지역적 노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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