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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두 개의 미국, 대선이 끝이 아니다 / 황준범

등록 2020-10-29 14:59수정 2020-10-30 10:02

황준범 l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다르다.

<시비에스>(CBS)가 최근 대표적 대선 경합주인 플로리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자의 59%는 미국이 너무 사회주의로 갈까 봐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자의 58%는 미국이 너무 권위주의 국가로 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답했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도 바이든 지지자들은 코로나19(91%·복수응답)와 개인적 성품(80%)을 최우선으로 꼽은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제(96%)와 이민(79%)을 첫손에 꼽았다. 양쪽이 총기소유나 임신중지,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가진 시각차는 말할 것도 없다.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매우 강하다.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게 ‘만약 트럼프가 대선에서 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답변들이 대체로 비슷하다. “공정한 결과면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4년 전 트럼프가 이겼을 때 거리로 나가서 불 지른 건 좌파이지 우리가 아니다. 이번에도 그게 더 무섭다”, “왜 언론은 그걸 우리한테 묻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민주당 쪽이다. 그들은 지난 4년 내내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트럼프를 탄핵하려 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질 경우 극우 세력이 총을 들고 뛰쳐나와 거리를 장악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제로 집 마당에 꽂아놓은 특정 후보 지지 푯말을 문제 삼아 협박하거나, 대선 뒤 혼란 우려로 총기 판매량이 늘고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진다는 뉴스들이 잇따른다. 30년 가까이 미국 정치 현장을 지켜봐온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무장한 폭력배 같은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일은 4년 전에는 없었다”며 갈수록 양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사회 분위기를 걱정한다.

<로이터>·입소스가 지난 13~20일 실시한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상대 후보가 이겼을 때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지지자의 43%, 트럼프 지지자의 41%가 이렇게 답했다. 거리시위 등 행동에 나서겠다는 응답은 바이든 지지자 22%, 트럼프 지지자 16%로 이보다 낮았다. 하지만 대선 개표가 박빙으로 진행되고, 우편투표 개표가 지연되면서 일부 오류들마저 속출하면 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 미국이 내전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런 혼란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두가지다. 논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한쪽이 압승하거나, 박빙이더라도 패자가 깔끔하게 승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는 “트럼프는 져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은 이미 법률가들로 팀을 꾸려 법적 다툼에 대비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승리로 결론 나더라도, 진통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그는 보수층의 반발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 진보와 중도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으며 노선 정립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대외정책보다는 국내 수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확실한 보수 우위의 대법원까지 확보한 그가 기존 의제들을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이려 하면서 민주당의 의회와 충돌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렇게 전세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나라가 됐다. 우리 정부도 미 대선 직후는 물론 내년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될 혼란기를 염두에 두고 한국의 국익과 역할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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