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문재인-바이든-김정은의 궁합 / 황준범

등록 2020-12-03 15:54수정 2020-12-04 12:57

황준범ㅣ워싱턴 특파원

한국과 미국 정부가 강경이든 관여든 대북 정책에서 일치했던 기간은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이후 약 30년 역사에서 절반 정도다. 그중에서 대북 관여 쪽으로 뜻이 맞았던 기간은 약 5년뿐이다. 한·미 정권의 정치적 성향이 엇갈릴 때가 많았던데다 핵실험 등 북한의 행동이 변수로 작용해 남·북·미가 삐걱거린 기간이 대부분이었다.

김영삼 대통령(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과 빌 클린턴 대통령(민주당)은 1993년 초 동시에 취임했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대북 유화 기조를 밝혔지만, 그해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핵 위기가 벌어지면서 강경으로 돌아섰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미 대화에 불만을 품은 김 대통령은 1994년 타결된 제네바 합의에도 불만을 표하는 등 클린턴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러다 모두 민주당 정권인 김대중(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부 전반기와 클린턴 정부 2기가 만나 대북 관여 정책으로 합이 맞았다.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 영향을 받아 클린턴 정부는 1999년 포괄적·단계적 비핵화·평화 방안인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으며 대북 관여 정책으로 전환했다. 훈풍을 타고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그해 10월 북-미는 공동코뮈니케를 채택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연내 방북 방침까지 공개됐다. 수교까지 갈 듯하던 북-미 관계는 그러나 그해 11월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얼어붙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부른 부시 대통령과 대북 포용론자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이명박(한나라당)·박근혜(새누리당) 정부와 버락 오바마(민주당) 정부는 정당 성향은 다르지만 대북 압박에서 뜻이 맞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 붕괴론에 기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봉쇄 기조를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이 시기 북한도 네차례 핵실험을 하며 한국과 미국 내 대화파의 입지를 좁혔다.

문재인 대통령(더불어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은 터질 듯한 북-미 긴장을 거쳐 두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한차례의 남-북-미 정상 회동까지 갔다. 하지만 이후 교착에 빠져 북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실질적인 진전은 멈췄다.

이제 다음달 트럼프가 떠나고 문재인-바이든-김정은 시대가 열린다. 한-미만 보면 김대중-클린턴 시절 뒤 20년 만에 민주당 정부끼리 만나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턴 시절의 관여 정책으로 갈지,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전략적 인내가 북한 핵능력만 키워줬다는 비판이 미국에도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를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대외 정책이 트럼프 한 사람의 배짱으로 움직이던 시절은 가고, 동맹 중시라는 원칙과 실전 경험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의 팀워크로 작동하는 시절이 다시 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남·북·미 3자 모두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성의 범주에서 행동할 때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한반도 라인업을 구축할 때까지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고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서둘러 발신해야 한다.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에 한반도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도록 설득하면서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남·북·미 모두 탐색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궁합을 맞춰갈 때다.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1.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김학의 출국금지’ 2심 무죄…검찰 망신 검찰이 다 해 2.

‘김학의 출국금지’ 2심 무죄…검찰 망신 검찰이 다 해

검찰은 ‘선택적 분노중’…검사 탄핵엔 격노, 김건희 불기소엔 묵묵 3.

검찰은 ‘선택적 분노중’…검사 탄핵엔 격노, 김건희 불기소엔 묵묵

[사설]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 4.

[사설]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

[사설] “김학의 출금 적법” 판결, 정의에 불법 덧씌운 검찰 5.

[사설] “김학의 출금 적법” 판결, 정의에 불법 덧씌운 검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