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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신규 상장 암호화폐의 유혹 / 김병철

등록 2020-12-13 18:27수정 2021-01-17 09:24

김병철 ㅣ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대로 오르면서 신규 투자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노리는 사람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노인층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인의 추천으로 다단계 코인에 투자한다. 불법 다단계 조직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큰 목소리로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017년부터 불법 다단계 조직들은 사업 아이템으로 암호화폐를 대거 선택했다. 암호화폐는 관련 법이 없어 규제도 명확하지 않고, 애초 디지털 상품이니 실물 필요 없이 인터넷에서 거짓으로 숫자만 보여주면 속이기 쉬웠다. 우선 코인을 사게 한 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오면 추천 수당을 주는 방식은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다.

둘째 투자자는 청년층이다. 인터넷 검색에 능숙한 이들은 가짜 코인 사기에 당하진 않는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해서 직접 투자한다. 그러나 많은 청년 투자자도 암호화폐 발행사의 은밀한 작전에 당하는 일이 많다. 때로는 거래소가 이를 방조하거나 사실상 공범인 경우도 있다.

최근 일부 국내 거래소들이 신규 상장하는 암호화폐가 부쩍 늘어났다. 한 중소형 거래소에는 모두 188개의 암호화폐가 있는데, 이 중 166개가 최근 반년 동안 상장됐다. 지난 10월 42개, 11월 35개를 상장해 하루에 1, 2개씩 상장한 셈이다. 일부 대형 거래소도 올해 상장을 상당히 늘렸다.

아직 제대로 된 서비스를 구현한 암호화폐는 거의 없다. 그러나 거래소 입장에선 상장을 많이 할수록 좋다. 상장 수수료도 받고, 오르든 내리든 거래 수수료도 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발행사가 망하거나 거래량이 거의 없어지면 상장폐지하면 된다. 거래소가 책임질 일은 없다.

특히 중소형 거래소의 주 수입원은 두가지다. 하나는 거래 수수료, 또 하나는 상장 수수료다. 거래소가 상장을 대가로 발행사로부터 금품을 받는 상장 수수료는 국내외 모두 존재하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표가 구속돼 문을 닫은 코인네스트는 약 3년 전 스타코인을 상장하면서 20억원어치 코인을 받았다. 그러나 상장 수수료를 받는다고 답하는 거래소는 한곳도 없다. 몰래 혹은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상장 예정인 코인 등을 받는다.

최근 일부 거래소의 ‘릴레이 상장’은 암호화폐 제도화 전 마지막 잔치를 벌이는 거로 보인다. 내년 9월까지 국내 거래소는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에 사업신고를 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폐업이 예상된다. 애초 가능성이 적다면 사업신고 준비 시늉만 하면서 최대한 상장을 많이 하고, 사업을 접을 때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 신고를 수리해주지 않은 정부에 책임을 넘기면 된다.

신규 상장한 암호화폐의 가격 차트를 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상장 직후 하늘을 향해 일명 ‘상장 빔(beam)’을 쏜 뒤 이내 번지점프를 한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발행사와 거래소가 시세 조작을 할 가능성도 있다. 상장 빔에 어느 정도 개미 투자자가 올라탔다고 판단이 들면, 보유 물량을 내다 파는, 이른바 ‘설거지’해버리는 것이다. 내부에서 거래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는 거래소도 상장 수수료로 받은 해당 코인을 이때 팔아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내년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에는 거래소에 대한 행위규제가 없어 이런 일을 막을 길이 없다. 노인층이 피해 보는 유형은 그나마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당하는 건 언론이 ‘투자에 유의하라’고 알리는 방법 외엔 없다. 미국에서 기관 투자자, 상장사, 억만장자 투자자가 투자를 시작한 암호화폐는 아직 비트코인이 유일하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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