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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다만, 다만, 다만 / 김진해

등록 2021-01-11 04:59수정 2021-01-11 20:52

김진해 l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이시옷’ 규정을 아시는지? 두 단어가 만나 새 단어가 생길 때 뒤에 오는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거나 ‘ㄴ’ 소리가 덧날 때 ‘ㅅ’을 붙인다. 그래서 ‘바닷가’, ‘나뭇잎’이다.

이 규정에 맞게 쓸 조건을 보자. 먼저, 두 단어의 출신 성분을 알아야 한다.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일 때만 적용된다. ‘한자어+한자어’에는 쓰지 않는다. [화뼝], [대까]라 해도 ‘화병(火病), 대가(代價)’이다. 다만, 다음 단어는 한자어인데도 예외.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이유도 없다. 외우라. 게다가 해당 조항을 ‘두 음절로 된 한자어’라 한 게 더 문제다. ‘세 음절’이면 적용이 안 된다. 그래서 ‘전세방’은 ‘ㅅ’을 못 쓴다. ‘전셋집’은 ‘집’이 고유어라 사이시옷! 모아놓으면, ‘셋방, 전세방, 전셋집, 사글셋방, 월세방, 월셋집’(아, 헷갈려).

다른 규정과 섞어보자.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이다. ‘수나사, 수놈, 수소’라고 써야 한다. ‘숫나사, 숫놈, 숫소’는 틀린다. 다만, 다음 세 단어는 ‘숫-’으로 한다. ‘숫양, 숫염소, 숫쥐’. 법은 법, 그냥 외우라. 이 세 동물만 ‘숫-’을 쓰고, 다음 단어들은 발음 불문하고 ‘수-’를 쓴다. ‘수여우, 수지네, 수제비’(와우).

학생 중 열에 아홉은 잠이 든다. 법은 단순할수록 좋다. ‘위험한 일을 시키면 처벌한다. 다만, 50인 미만 3년 유예,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다만 공무원은 제외.’ 더불어민주당은 사회를 안전하게 바꿀 기회를 ‘다만’으로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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