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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즈모폴리턴] 플랫폼 노동 보호 ‘새 틀’의 출발점 / 조기원

등록 2021-01-21 17:32수정 2021-01-22 02:42

조기원ㅣ국제뉴스팀장

지난해 말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 당국은 플랫폼 노동자가 업무 중 숨지거나 다치는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새 제도 만들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업무 중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한 경우 일시금, 회사와의 합의금, 전통적 노동자들이 받는 보상과 유사한 지속적인 지원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공청회를 거쳐서 최종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노동자나 대리운전기사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이들인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노동법상 보호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중 숨지거나 다쳐도 노동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는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노동자’로 인정받은 일부 사례가 있으나 회사의 통제가 눈에 띄게 강했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정도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도시 시드니를 주도로 둔 뉴사우스웨일스주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적 틀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9월부터 석달 동안 음식 배달을 하던 플랫폼 노동자 5명이 잇따라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였다. 지난해 9월 시드니 외곽에서 음식 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인 노동자는 회사가 비행기 삯을 뒤늦게 내주기로 해서 유족이 겨우 오스트레일리아에 올 수 있었다. 눈여겨볼 것은 뉴사우스웨일스주 당국이 소비자한테 받는 배달료의 일부를 새 제도의 재원으로 삼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실행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새 제도 도입 추진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플랫폼을 통한 물건이나 음식 배달 사업은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계기로 작용했지만,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노동의 틀에서 다루어지지 않아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도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플랫폼 업체들은 플랫폼 노동자를 전통적인 노동법 틀 안에서 보호하게 되면 비즈니스 기반이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해 플랫폼 노동자도 광범위하게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랫폼 기업들의 로비로 플랫폼 기업 운전기사와 배달원 등을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간주하게 법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21일 한국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입법 추진 대책을 발표했다. 플랫폼 종사자 중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등에 따라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도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플랫폼 노동자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일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와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 보호대책 안은 좌초한 캘리포니아 안과는 달리 경계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안은 모두 플랫폼 노동자를 전통적 노동자와 다른 제도적 틀에서 논의하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환영하지만 노동자 단체는 우려하고 있다. 제도 자체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린 나라나 지역이 아직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기업과 소비자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를 우선순위에 놓고 ‘최대한의 저렴함과 편리함’ 중 일부를 내려놓을 용기가 있다면 해답을 찾는 길은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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