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들이 새로운 걱정거리다. 바이러스에서 변이 출현은 잦은 법이지만, 확진자가 1억명을 훌쩍 넘어 더욱 잦아진 변이 중에서 유별난 감염력과 병원성을 지닌 것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크다. 특히 바이러스 몸체 중에서도 핵심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기는 변이들이 백신 효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는 부분이다.
변이 보고가 늘면서 그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도 과학자 사회에서 또 다른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를 주제로 연 전문가 회의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명명 방식을 체계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현재 변이들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린다.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에는 ‘VOC202012/01’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남아공에서 발견된 변이는 ‘20C/501Y.V2’로 불린다. ‘VOC’는 우려의 바이러스(virus of concern)를 의미하고, ‘501Y’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501번째 아미노산에 변이가 있음을 나타내는 약자로 쓰였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변이는 ‘20J/501Y.V3’으로, 미국 컬럼비아와 오하이오의 변이는 ‘COH.20G/501Y’로 불린다.
진화 계통을 따져 단일 명명 체계로 이름을 짓자는 제안이 지난해 일찌감치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제안을 따라 영국 변이를 ‘B.1.1.7’로, 남아공 변이를 ‘B.1.351’로 부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와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는 명명 표준은 없다.
문제는 명명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고 복잡하다 보니 대체로 부르기 쉬운 ‘영국 변이’, ‘브라질 변이’ 식으로 나라 이름을 붙여 통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초 발생지를 바이러스와 감염병 이름에 나타낼 때 불필요한 혐오와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명명 방식과 달리, 이번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는 바이러스 이름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라는 감염증 이름이 생겨났다. 그런데 다시 발생지와 변이를 함께 부르는 일이 많아지면서, 명명에 혼선이 생길 수 있고 더욱이 중대한 변이를 국제사회에 신속하게 알리기를 꺼리는 경우조차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인도 식별하기 쉽고 과학적 분류 의미도 담은 단일 명명 체계를 서둘러 찾아야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전까지 ‘영국 변이’, ‘브라질 변이’ 같은 이름을 불가피하게 쓴다 해도, 다른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변이가 그곳에서 처음 발견되고 보고된 것일 뿐이라는 의미는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