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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클럽하우스와 ‘꼰대’ 스피커 / 김은형

등록 2021-02-14 13:15수정 2021-02-15 02:39

이번 설 연휴 코로나와 보궐선거 이야기도 꺾지 못한 최고의 관심사는 ‘클럽하우스’였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말까지 60만명이던 전세계 가입자가 올 1월 200만명으로 뛰더니 이달 10일 기준으로 600만명까지 솟구쳤다. 20억명 이상 쓰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과 절대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초기 화제성이나 성장 속도는 2016년 틱톡이 등장했을 때를 연상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채팅방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명인이나 전문가들이 방에 들어오면 사람들이 수백, 수천명씩 몰릴 수밖에 없어 토론 기능이 보태진 강연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그래서 모더레이터와 스피커, 청중으로 역할이 나뉘고, 방을 만든 이가 주로 맡게 되는 모더레이터가 대화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중재하면서 스피커에게 발언권을 준다.

부지런한 소셜미디어 사용자와 인플루언서들이 뛰어들다 보니 벌써부터 불만도 터져나온다. 대표적인 게 ‘꼰대’ 스피커의 무대 점거다. 비유하자면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한번 쥐면 놓지 않는 부장님 같은 인물들이다. 발언권을 얻었을 때 좀처럼 말을 끊지 않거나, 클럽하우스는 이런 곳이다, 저런 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잘난 척을 하거나, 순간 사회자 마인드로 바뀌어 모더레이터의 역할까지 자처하려는 사람들이다.

클럽하우스는 목소리만 공개되고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격식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탓에 자기통제가 쉽지 않고 나쁜 버릇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목소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말투나 말하는 태도의 문제가 더 쉽게 포착된다. 수평적 대화와 쌍방향 소통이 핵심인 이곳에서는 유명인이 들어왔다고 해도 그에게 마이크의 전권을 주다시피 하면 청중의 관심은 식어버린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도 저마다 클럽하우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시대전환 조정훈 예비후보가 ‘반말방’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하며 화제를 일으킨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가 큰 재미를 못 본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클럽하우스에 입장하기 전 초대장만 확인할 게 아니라 장황하게 말하거나 가르치려 하는 ‘꼰대’ 습관은 깊숙이 넣어뒀는지 확인할 일이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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