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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화성 탐사와 아주 다른 두 시선

등록 2021-02-23 16:47수정 2021-02-24 14:02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난 18일 화성에 착륙한 미국의 다섯번째 탐사 로버 ‘퍼시비런스’(Perseverance)의 이름은 역경에 꺾이지 않는 인류의 인내, 끈질김이란 뜻을 담았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이름 공모대회에서 뽑힌 청소년 작품이다. “화성으로 가는 길에 많은 장애물을 만날 테지만 우리는 인내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인내는 탐험과 개척을 향한다.

과학탐험과 개척 정신은 미국항공우주국 누리집(nasa.gov/perseverance)이 전하는 퍼시비런스의 소식과 임무 자료,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로버의 제1임무는 화성에서 과거 생명의 흔적을 찾는 일이다. 앞으로 2년 동안 먼 과거에 물이 차고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예제로’(슬라브어로 호수) 지역의 삼각주 부근에서 총 1.5㎞ 거리를 이동하며 토양 시료를 채집하고 생명 흔적을 조사한다. 이곳은 화성의 과거가 잘 간직된 곳으로 꼽혀 놀라운 발견 소식이 전해질지가 큰 관심사다. 로봇 지질학자로서 퍼시비런스는 화성의 지질과 기후도 탐사한다.

다른 주요 임무는 인류가 화성 표면을 밟을 미래의 유인 탐사에 대비하는 기초조사 활동이다.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우주방사선과 대기 조건이 혹독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뽑아내는 기술을 실험하며 먼지바람과 날씨가 인간 생명 유지에 끼칠 영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화성 탐사 소식에 대한 반응도 다양한데, 그중에는 정반대 방향의 두 갈래 시선이 눈에 띈다. 하나는 기후위기에 플라스틱 오염, 팬데믹으로 얼룩진 지구에서 벗어나 신세계의 개척지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 시선이다. 긴 우주 비행과 혹독한 화성 환경을 생각하면 화성 여행과 거주는 현대 과학기술로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때때로 화성은 지구의 미래 탈출구 같은 행성으로 호출된다.

다른 방향의 시선은 지구 행성의 미래를 근심한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친구들의 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최근 화성 여행 상품을 광고하는 듯한 풍자 동영상(youtu.be/cKha3N7K7Hw)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여생을 골칫거리 지구에서 보낼 건가요? 무한자유의 신세계 화성에서 새로운 세상과 역사를 다시 시작합시다! 전쟁도, 범죄도, 팬데믹도, 환경오염도 없는 화성으로 떠나자는, “1%”의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광고다.

물론 의도적인 풍자다. 1%가 지구를 탈출하더라도 여전히 99%의 사람들은 지구 행성에 남아서 살아갈 테니, 우리가 진짜 할 일은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메시지가 울린다. 지구환경 위기가 깊어질수록 이웃 행성 지구와 화성을 바라보는 아주 다른 시선의 충돌은 더욱 도드라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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