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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검찰개혁 ‘시즌2’의 길목에서 / 손원제

등록 2021-02-25 16:19수정 2021-02-26 02:42

2020년 1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2020년 1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손원제ㅣ논설위원

검찰개혁 ‘시즌2’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이번엔 ‘시즌1’에서 한 팀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성사시킨 여권 안에서 의견이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법안을 3월 중 당론으로 발의해 상반기 중 입법하겠다는 기세다. 여기에 청와대가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나섰다.

보수언론은 ‘레임덕 징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기대를 담은 과잉 해석일 뿐이다. 정책을 놓고 당과 정부·청와대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조율하고 맞춰가면 된다. 다만 시즌1에선 물샐틈없이 공조한 당·정·청이 왜, 어디서 생각이 다른지는 짚어봐야 한다.

일단 민주당도 청와대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적 지향점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수사-기소 분리’ 및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보유한다’였다. 그러나 검찰과 야당의 반발, 부패수사 역량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검찰에 6개 분야 수사권을 남기는 타협안이 시즌1의 목표가 됐다. 일종의 과도기를 설정한 셈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궁극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만 과도기를 얼마나 빨리 벗어나 궁극적 목표점에 도달할 것인가를 두고 차이가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수사기소 분리 티에프(TF)’팀장 박주민 의원은 24일 “당, 티에프 차원에서는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청와대의 속도조절론 같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같은 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문 대통령이 박범계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건 분명하다.

접근법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박범계 장관은 문 대통령의 당부를 두가지로 소개했다.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두번째로는 범죄수사 대응 능력, 부패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하셨다.” 수사권 조정이 갓 시행된 상황에서 곧장 검찰 수사권 분리로 넘어갈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경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주문에는 실무적 우려 못지않게 정무적 고려 또한 깔려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며 ‘추미애-윤석열 충돌’을 봉합하고 민생으로 국정 운영의 축을 옮기려는 마당에 검찰개혁 시즌2가 또 한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민주당 티에프로선 시즌1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는 검찰의 무시무시한 특권이 확인된 만큼 어렵게 칼을 뽑은 이상 지체 없이 시즌2로 넘어가야만 개혁 완수가 가능하다고 본다.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권력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으리라 봤지만, 티라노의 남겨진 발톱조차 여전히 크고 위협적임을 깨달았다는 거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가 여당의 시즌2 가속을 자초하는 요인이라는 건 역설이다. 윤 총장은 고비마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내세우며 ‘반문 세력’의 호응을 겨냥하는 듯한 ‘수사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거듭된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 다시는 ‘윤석열식 검찰정치’가 불가능하도록 싹을 잘라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안에서 힘을 얻는 이유일 것이다.

성찰 없는 검찰을 보면 정서적으로는 티에프의 주장에 더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청와대의 우려 또한 건너뛰어도 될 만큼 가볍게 느껴지진 않는다. 시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당과 핵심 지지층만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도 우려스럽다. 처음부터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간다는 구상이 명료했다기보다 시즌1을 하면서 급박하게 시즌2 편성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월 초 참여연대 ‘검찰개혁 신년좌담회’에서 패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조급하게 시즌2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공히 지적했다. 시즌2 성공을 위해서도 귀 기울일 대목이다. 정치는 단순히 옳다고 믿는 바를 추구하는 행위를 넘어, 그 행위의 결과까지 예상하고 감당하는 책임윤리의 영역임을 잊어선 안 된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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