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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플라스틱 순환’을 위한 재활용 기술

등록 2021-03-09 16:59수정 2021-03-10 02:42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사태로 배달과 포장이 늘면서 플라스틱 생활 쓰레기가 부쩍 늘어났다. 방역 목적으로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도 쌓여간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땅과 바다 구석구석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심각한 문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유엔환경총회에서 바다 산성화, 기후변화, 생물종다양성 감소와 더불어 플라스틱 오염을 거론하며 “지구 행성의 건강을 우리 모든 계획과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협약과 비슷한 플라스틱 협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필요한 플라스틱 대책을 요약하면 줄여 쓰기와 다시 쓰기일 것이다. 요즘엔 화학 분야에서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말이 주목을 받는다. 플라스틱은 종이, 금속, 유리에 비해 재활용률이 낮은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 재활용 방법이 까다로운데다 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쓰는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으로는 낮은 질의 플라스틱만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화학적 재활용은 다 쓴 플라스틱을 원료 분자 물질로 분해함으로써 제품과 원료의 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준다. 레고 블록처럼 해체(분해)해 다시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기계적 재활용에서는 콜라병을 녹여 콜라병을 만들 수 없지만, 화학적 재활용에서는 콜라병으로 콜라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산업에 널리 활용하기에 여러 한계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네이처>에 실린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에 관한 새로운 기초연구 성과가 주목받은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독일 콘스탄츠대학 연구진은 식물과 미세조류 기름에서 플라스틱 원료 물질로 쓰일 만한 분자 단위체를 찾아내어 폴리에틸렌과 같은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기존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분해하려면 섭씨 600도 이상 에너지가 필요하고 분자 단위체 회수율도 10%가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플라스틱은 120도 정도 열에서 순수한 분자 원료를 90% 넘게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원료 분자로 분해하고서 다시 3차원 프린터로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혁신 기술로 플라스틱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물론 섣부르다.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자들은 지금 플라스틱 생산을 멈춰도 이미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들 말한다. <네이처>는 따로 사설을 내어 “지속 가능 플라스틱 기술이 해법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기업과 각국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기술만으로 골칫거리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느슨한 희망을 경계해야 하고, 진짜 해법은 사회와 기술 모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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