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서울 아파트. 경실련은 “지난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78% 올랐다”며 17% 올랐다는 정부 발표를 “통계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신승근 l 논설위원
임기 1년을 남겨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악화일로다.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4·7 재보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무조건 지어주겠다는 식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선물받은 부산 민심조차 별 감흥이 없는 듯하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연거푸 승리하고, 열성 지지층이 굳건히 버텨온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직면한 요인은 다양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을 ‘공중 부양’시킨 1차적 책임은 조국·추미애 두 전직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야권을 묶어세울 메시아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한 근원은 문 대통령이다. 특수부 출신인 그에게 힘을 몰아주고 “사람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검찰주의자를 총장에 앉힌 건 바로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최근 광범한 민심 이반 조짐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박탈감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엘에이치 직원의 투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외친 촛불정부 4년의 현실이 약속과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비정규직 해소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불가항력적 감염병에 따른 경제 상황 악화는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에 마음 상한 이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서민 주거 안정을 수없이 약속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공언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4년은 솔직히 ‘배신의 나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번의 크고 작은 정책을 대방출했지만, 제대로 작동한 게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임대사업자 조세특례’로 다주택자와 투기꾼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보유세 강화는 좌고우면하다 실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핀셋정책은 풍선효과를 이기지 못했다. 서민은 수억원씩 오른 집값, 전셋값에 질식한다.
문 대통령은 15일 “우리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뤘으나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 국정과제로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16일엔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며 ‘부동산 적폐 청산’ 의지를 거듭 다졌다. 딱히 틀린 말은 없어 보인다.
다만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이느라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건 변명처럼 들린다. 시장을 안정시키지도 못했는데, 개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땅을 선점해 막대한 이익을 향유하는 현실, 누구나 짐작했던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니 국민이 더 분통을 터뜨리며 정부여당을 벼르는 것이다. 굳이 가장 큰 부동산 적폐를 따진다면, 국민 전체를 이런 아수라장에 몰아넣은 지난 4년의 부동산 정책 실패다. 어떤 변명을 해도 “이번 부동산 적폐, 문재인 정부의 것”이라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해 4월, 여권에서도 패배를 예견했던 총선이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만나며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결론 났다. 이전엔 야당이 발목 잡아 일을 할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선 뒤 1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엘에이치 투기를 막을 근본 해법처럼 얘기한다. 그런데 지난 1년 야당의 소극적 태도를 탓하며 차일피일 법 제정을 미룬 건 바로 민주당이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지난해 말까지 44개월 가운데 40개월 동안 집값이 올랐고, 서울 아파트값은 78%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지난 16일엔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7% 올랐다는 정부 통계가 거짓”이라며 “통계 조작을 바로잡고, 취임 이전 수준으로 집값을 되돌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내 삶을 바꾸는 대한민국’은 국민 다수를 부동산 투자의 실패자로 만들었다. 투기든 투자든,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이들은 평생 성실히 일해 모은 자산이 회복 불능 상태로 쪼그라든 ‘자산 불평등’ 상태에 빠졌다. 집값을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남은 임기라도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실력을 한번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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