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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부동산, 강남, 계급 투표 / 손원제

등록 2021-04-11 15:32수정 2021-04-12 02:06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계급 투표’의 위력을 다시 한번 드러낸 선거로 기록될 것 같다. 이번 보선에서 ‘강남 3구’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압도적인 몰표를 몰아줬다. 강남구 73.54%, 서초구 71.02%, 송파구 63.91%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오 후보 득표율 1~3위를 기록했다. 전체 득표율 57.50%보다 훨씬 높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오 후보가 88%를 득표했다. 현대아파트 재건축 이슈가 걸려 있는 압구정동 제1투표소로 좁혀보면, 투표수(1815명)의 93.7%(1700명)가 오 후보를 찍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5%(100표) 득표, 19 대 1이다.

강남권 몰표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오 후보의 공약에 대한 기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를 이 기회에 꺾어놓아야 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투표로 표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강남권의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정권과 정책에 따라 엄청난 자산 이익이 왔다 갔다 한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가 도입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세대별 합산 위헌 결정과 과세표준 인하 등을 거치며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이 집값에 따라 수백만~수천만원 줄어든 것이다. 대통령 자신부터 강남 ‘집부자’였던 이명박 정부가 벌인 사실상의 ‘셀프 감세’였다.

또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추진 조합들은 박원순 전 시장 때 확립된 층고 규제를 풀고 재건축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 가구 비율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사회가 나눠 갖고, 좋은 주거환경을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살며 누리도록 하자는 ‘소셜 믹스’의 가치를 부정하는 특권적 발상이다.

선거 민심을 들어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에선 보유세 인하와 규제 완화로 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강남권 계급 투표도 ‘민심’의 표출이다. 그러나 일부일 뿐이다. 절반을 넘는 서울 무주택 가구 등에선 집값 폭등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투표 또는 기권으로 드러냈을 가능성이 크다. 비고가주택 소유층의 박탈감도 강남 민심과는 결이 다르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다층적인 민심을 종합적으로 받아안는 것이다. 소수의 이해를 전체 민의인 양 호도해선 안 된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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