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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과반 포기’ 각오로 쇄신하면 산다 / 손원제

등록 2021-04-20 17:40수정 2021-04-21 02:37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유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유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동취재사진

손원제 논설위원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쇄신이냐, 연패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그렇기에 너도나도 쇄신을 외치는 것이리라. 그러나 어떤 쇄신이냐, 무엇을 쇄신할 것이냐에선 생각이 다 같지 않다. 출발점에서 각도가 어긋나면 전혀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된다. 거꾸로 가면 지구 한 바퀴를 다 돌아야 할지도 모른다.

쇄신 방향을 잡으려면 왜 졌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왜 민주당은 참패했나? 직관적인 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 방정식을 변환해보고 싶다. 민주당은 왜 이겼나?

딱 1년 전 4·15 총선에서 말이다. ‘유능함’을 꼽고 싶다. 당시 케이(K)방역의 성공신화가 ‘선진국 콤플렉스’를 깨며 국민적 자긍심을 창출하고 있었다. 보수 야당은 ‘중국 봉쇄’ 프레임에 갇혀 당국의 대응을 훼방 놓는 존재로 부각됐다. ‘보수는 부패하지만 유능한 세력’이라는 담론은 박근혜 정부가 무능과 게으름을 드러내며 이미 힘을 잃었다. 이윽고 코로나 국난과 겹쳐 붕괴했다. 물론 여권의 유능함도 전면적이진 못했다. 집값은 폭등했고, ‘먹고사는’ 민생 위기도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죽고 사는’ 문제에서 세계 일급의 강점을 발휘했기에 국정 능력을 각인시키며 잠정적이나마 승리할 수 있었다.

민주당은 도덕적으로도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절대적 우위라고 말할 수 없다. 보수 야당에 견줘 문제가 덜했을 뿐이다. 국정 농단을 통해 도덕적 파탄을 선고받은 보수 야당에서 낡은 막말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온 반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관리에 성공했다.

두 핵심 강점이 1년 만에 약점으로 뒤집혔다. 방역 성공은 백신이라는 ‘게임 체인저’의 대두와 함께 빛이 바랬다. 짙어가는 코로나 피로감 속에 부동산 민심은 전방위로 악화했다. 온갖 정책과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권 고가 주택 소유층에겐 보유세 폭증으로, 무주택 세입자 가구에는 내 집 마련 꿈의 파산으로, 비고가 주택 소유층에겐 재산세 증가와 강남권과의 자산 격차 확대로 각각 다가갔다. 이는 재보선에서 심판의 청구서로 민주당에 돌아왔다.

국정 능력에 대한 불만 고조가 여권의 도덕적 추락과 동시에 일어났다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정책 이슈가 집권 엘리트의 도덕성 이슈로 전환하는 순간, 대중은 정책 실패와 무능에 대한 불만을 넘어 ‘단죄’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고동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이러한 전환을 여권이 자초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은 도덕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조처였지만, 이미 부동산 기득권 구조에 깊숙이 편입된 집권 엘리트들의 ‘내로남불’ 민낯을 드러내며 대중의 불만을 정치적 분노로 전환시키는 불쏘시개가 됐다. 내부 반발과 어정쩡한 처리 과정은 실망과 분노를 더 키웠다.

성패 요인에서 쇄신 방향도 추론할 수 있다. 다시 유능함을 인정받고, 도덕적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참모진에게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유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둘 중 당장 실행돼야 하는 건 윤리적 쇄신이다. 응징 투표로 표출된 분노에 대한 가장 신속한 정치적 응답은 즉각적인 도덕적 반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책 전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정책 효과가 계층, 지역마다 시차를 두고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연된 정책 효과가 발현될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정책에 손을 댔다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책 조정 메시지의 설득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메신저의 에토스부터 과감하게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금 보이는 모습은 정반대다. 종합부동산세 뼈대를 흔들고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추고, 대출 규제를 풀겠다는 주장이 중구난방 쏟아진다. 반면, 윤리적 쇄신 메시지는 쑥 들어갔다. 이해할 수 없는 안일함이다. 민주당은 이미 쇄신을 가시화할 계기를 갖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가 그것이다. 문제 의원을 단호하게 쳐낼수록 민주당의 재기 가능성은 커진다. 머뭇거렸다간 또 한번의 정치적 자해가 될 것이다. 과반 의석을 포기하더라도 부패와 투기의 싹을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임할 때 길이 열릴 것이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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