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불교, 불꽃의 비유

등록 2021-05-16 15:53수정 2021-05-17 02:36

[말글살이]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우리는 사회 전체를 본 적이 없다.(사회가 있기나 한가?) 그럼에도 사회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람에 따라 사회는 유기적인 생명체이기도, 적재적소에서 돌아가는 기계이기도, 계급투쟁의 전쟁터이기도, 말(담론)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에 따라 세상사에 대한 해석과 해법이 달라진다.

불교철학에서는 이 세계를 ‘불꽃’에 비유한다. 초를 켜면 몇 시간 동안 불꽃이 계속 타오른다. 한 시간 뒤의 불꽃은 처음 불꽃이 아니다. 두 시간 뒤의 불꽃은 처음 불꽃이 아니다. 불꽃은 순간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앞의 불꽃이 없다면 뒤의 불꽃도 없었을 것이므로 아무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본래의 것도 없지만, 단절된 것도 아니다.

불교는 본성 없는 연속성을 말한다. ‘본성 없음’과 ‘연속성’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은 독립적이지도 본래적이지도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 속에 존재한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모든 것은 변한다. 불변하는 본질이란 있을 수 없다.

말이야말로 한순간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단어든 문장이든 글이든 변치 않는 의미를 갖는 말은 없다. 시공간과 사람 따위의 인과적 조건(맥락)이 다르므로, 어제 한 말과 지금 하는 말이 다르다. 당신의 말과 내 말은 다르다. 순간순간 타오르는 말의 불꽃이 있을 뿐이다. 허무주의나 상대주의가 아니다. 억압하고 후벼 파는 말이 아닌 자유롭고 해방적인 말이 되려면 말을 둘러싼 인과적인 연관을 포착하려는 실천의지가 필요하다. 말은 돌덩이가 아니다. 일렁거리는 불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국힘·윤석열의 탄핵심판 방해 ‘침대 축구’ 1.

국힘·윤석열의 탄핵심판 방해 ‘침대 축구’

계엄 거부하고 법무부 사직서…난 반국가세력일까 [류혁 특별기고] 2.

계엄 거부하고 법무부 사직서…난 반국가세력일까 [류혁 특별기고]

‘전두환 고스톱’과 윤석열의 검찰 쿠데타 [정의길 칼럼] 3.

‘전두환 고스톱’과 윤석열의 검찰 쿠데타 [정의길 칼럼]

인간이기에 가능한 연대의 힘 ‘용기’를 봤습니다 [왜냐면] 4.

인간이기에 가능한 연대의 힘 ‘용기’를 봤습니다 [왜냐면]

인권위 흔든 이명박·윤석열 정부…반인권 인사들 전횡 5.

인권위 흔든 이명박·윤석열 정부…반인권 인사들 전횡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