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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아이언 돔’이 없으면 속수무책일까요? / 권혁철

등록 2021-05-27 17:51수정 2021-05-28 02:37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팔레스타인 쪽에서 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아쉬도드/AFP 연합뉴스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팔레스타인 쪽에서 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아쉬도드/AFP 연합뉴스

권혁철 l 논설위원

이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서 이스라엘의 로켓 요격무기 ‘아이언 돔’이 관심을 모았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돔이 하마스가 쏜 로켓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주장하며 요격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스라엘이 부럽다” “북한 장사정포 요격 수단이 없어 불안하다” “우리도 아이언 돔을 빨리 사 오자” 같은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언론 보도도 많았다.

아이언 돔이 없는 한국은 북한 장사정포에 정말 속수무책일까? 이 질문을 따져보기 전에 아이언 돔의 요격 성공률부터 살펴보자. 이스라엘은 2011년 아이언 돔 배치 이후 수차례 가자지구 무력 충돌에서 팔레스타인 쪽 로켓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아이언 돔 요격률이 59~75% 수준이고, 로켓 요격률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2014년 미국 경제 잡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90% 요격률에 의문을 제기하며, 하마스 로켓의 파괴력이 약하고 이스라엘의 경보시스템과 대피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간인 피해가 작다고 보도했다. 2019년 5월 무력 충돌 당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쪽 로켓 690발 중 240발(29%)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아이언 돔 요격률 90%가 ‘사실’인지 ‘주장’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설사 명중률 논란이 있더라도 북한 장사정포 요격 수단이 없어 국민 불안감이 큰 만큼 실전에서 검증된 아이언 돔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군 당국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이후 아이언 돔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하마스의 빈약한 무장력과 북한군의 막대한 군사력은 비교할 수 없다. 이번 무력 충돌에서 하마스는 10일 동안 로켓 4300발을 쏘았다고 한다. 산술 평균을 내면, 하마스가 쏜 로켓은 하루 430발, 시간당 18발이다. 북한군 장사정포는 시간당 1만6000발을 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당 발사 규모(요격 대상)를 견주면, 북한군 장사정포가 하마스 로켓의 889배다. 하마스 로켓이 가랑비라면 북한 장사정포는 집중호우인 셈이다. 간헐적인 하마스 로켓과 달리 수도권을 겨냥해 쏟아질 북한 장사정포탄에 대한 아이언 돔의 방어능력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아이언 돔이 없으면 북한 장사정포 공격에 우리는 속수무책일까. 그렇지 않다. 장사정포 대응에는 크게 ‘요격’과 ‘타격’이 있다. 요격은 아이언 돔같이 포탄을 쏘아 맞히는 방식이고 타격은 대포, 로켓, 미사일, 전투기 등으로 장사정포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 장사정포탄을 100% 요격하더라도 장사정포가 건재하면 포탄이 계속 날아오므로, 한반도 전장 환경에선 아예 장사정포를 없애버리는 타격이 포탄 요격보다 효과적이다.

한국과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 ‘대화력전’ 대책을 준비해왔다. 애초에는 북한이 장사정포를 쏘면 대포병레이더로 포탄 궤적을 역추적해 발사 장소를 찾아 공격하는 수세적 방식이었으나 2010년 이후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2010년 이전까지 대화력전 목표가 ‘3일 내 장사정포 70% 파괴’였으나 현재는 ‘1시간 내 장사정포 90% 이상 파괴’다.

한·미는 평소 북한 장사정포 동향을 24시간 감시한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증거가 포착되면 북한이 장사정포를 쏘기 전에 먼저 타격하는 ‘공세적 대화력전’에 들어간다. 한·미 전투기와 포병(자주포, 다연장로켓 등),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등이 북한 장사정포 동굴 진지를 붕괴시킨다. 살아남은 일부 장사정포가 포격을 가해오면, 한·미의 대포병레이더가 장사정포 포대 위치를 찾아내 파괴하는 ‘대응적 대화력전’을 벌인다. 반나절 안에 북한 장사정포는 무력화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을 결정했다. 공세적 대화력전 때 제거하지 못한 북한 장사정포의 반격으로부터 주요 시설 등을 지키려는 목적이었다. ‘절대 안보’에 치우친 이 결정을 두고 실효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와 이스라엘은 안보 위협이 다르다. 위협이 다르므로 대처 방식도 다르다. 남의 손에 있는 떡이 커 보이기 마련이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도 커 보인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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