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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도시마다 다른 미생물 생태계 ‘지문’

등록 2021-06-01 17:29수정 2021-06-02 02:35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원시 지구를 다양한 생물이 살 만한 환경으로 바꾼 일등공신이 미생물이기에, 그만큼 미생물은 혹독한 환경 어디에서나 살아간다. 그래서 미생물이 지구의 진짜 주인이자 경영자라는 말도 한다.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살 정도로 도시화가 이뤄졌지만, 미생물은 자연의 상태에서 멀어지는 ‘위생적인’ 도시에서도 언제나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뉴욕, 파리, 서울을 비롯해 60개 도시의 미생물 분포를 조사해 발표한 국제 공동연구는 도시인이 보이지 않는 도시 미생물과 늘 함께 살고 있음을 다시 확인해준다. 국제 연구 컨소시엄인 ‘메타서브’(metasub.org)가 2015년부터 3년 동안 조사해 밝힌 이 결과는 지난 5월26일 생물학술지 <셀>에 실렸다.

60개 도시를 비교하는 대규모 조사로는 처음인 연구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시의 풍경과 문화가 다 다르듯이 미생물도 도시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의 의자, 개찰구, 손잡이에 면봉을 문질러 채집한 시료에는 갖가지 미생물 디엔에이(DNA) 조각이 담기는데, ‘메타게놈’ 기법으로 분석해보니 공통적인 31종뿐 아니라 도시마다 다른 미생물 분포가 확인됐다. 일종의 ‘도시 미생물 지문’이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당신 신발을 내게 주면 어느 도시에서 왔는지를 90% 정확도로 맞힐 수 있다”고 호기롭게 장담한다.

위생이 강조되는 도시에서도 미생물 종은 매우 다양했다. 게놈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이미 알려진 미생물 4246종뿐 아니라 등록되지 않은 바이러스 1만1000종, 박테리아 700종을 새로 찾아냈다. 다행히 특별히 위험한 미생물 유전자는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조각은 박테리아만을 감염시키는 파지 바이러스의 것들이었고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었다.

빠르게 증식하고 사멸하고 다시 증식하는 미생물은 도시인의 생활과 함께 역동적으로 변한다. 홍콩 지하철에서 이뤄진 2018년 미생물 조사에선 미생물 분포가 아침에는 노선별로 다르다가 저녁에는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셀 리포트>, 7월31일). 연구진은 도시를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미생물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공중보건 측면에서 중요해지는 도시 미생물 연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눈에 보이는 도시는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는 수많은 미생물이 도시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점, 그래서 도시인은 더 큰 자연이자 지구의 터줏대감인 미생물과 별 탈 없이 공존하기 위해 건강한 생태계 균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코로나19가 일깨워주는 슬기로운 지구 생활 중 하나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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