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는 5년마다 <유네스코 과학 보고서>를 펴낸다. 지구촌 과학이 지금 어떤 모습이며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조망하는데, 최근 7차 보고서가 나왔다. 여전히 과학연구 규모는 나라별로 격차가 컸다. 연구비와 논문 건수에서 미국과 중국의 비중은 압도적이고 주요 20개국(G20)은 세계 과학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새롭게 눈길을 끄는 대목은 ‘더 스마트한 발전을 위한 시간과의 경주’라는 부제였다. 디지털과 녹색 경제를 중시하는 지속가능 발전으로 세계가 나아가고 있음을 표현한 말인데, 보고서는 건강복지, 기후변화, 에너지, 생태계, 산업과 혁신 등 분야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향해 지금 과학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각국 동향을 통해 전해준다.
무엇보다 해양 플라스틱 연구의 급증이 최근 흐름의 특징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은 2011년 46건이었지만 2019년엔 853편으로 늘었다. 늘어난 연구 덕분에 실태의 심각성은 더욱 생생히 드러났다. 미세플라스틱은 1만m 아래 심해의 갑각류에서도 검출됐고 육지의 과일에서도 검출됐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3분의 1이 빨대, 포장지 같은 일회용품에서 나온다는 점도 밝혀졌다. 그동안 부쩍 늘어난 지속가능 연구는, 이 밖에 기후변화 적응 작물 개발, 배터리 효율 증진, 보호 생물종 밀렵 대응, 도시 온실가스 문제 같은 주제 분야에서 이뤄졌다.
지속가능 연구에는 저소득국과 개발도상국도 적극적이라는 점 또한 새로 확인된 특징이다. 나라별로 특화한 연구가 두드러졌는데, 일례로 플라스틱 포장지 사용을 일찌감치 금지한 르완다에서는 대나무나 바나나 잎을 이용한 대체 포장지 개발 같은 주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들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거나 자연 자원에 의존하는 나라들에서 지속가능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활발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속가능 연구는 아직 비주류에 속한다. 전체 과학논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3%에 머물고 있다. 감염병 바이러스 연구논문은 2011~2019년 동안에 2% 느는 데 그쳤는데 이는 전체 논문 증가율인 3.8%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은 과학연구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가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바다 오염, 팬데믹 같은 오늘날의 도전은 모두 지구적인 일”이라며 “세계 과학연구자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보고서 행간에서는, 작지만 활기차게 곳곳에서 자라나는 지속가능 연구에 힘내라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