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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 도왔다가 위험 처한 아프간인들에게 손 내밀어야

등록 2021-08-18 18:29수정 2021-08-19 08:57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한 촛불 집회에서 한 여성이 얼굴을 감싼 채 앉아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한 촛불 집회에서 한 여성이 얼굴을 감싼 채 앉아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북부 바미안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국제기구 직원들과 함께 지역 재건과 문화 활동을 해온 아프간인 굴람 레자 모하마디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6월엔 탈레반에 붙잡혀 꼬박 하루 동안 폭행을 당하고 겨우 풀려났다. 얼마 전 바미안이 탈레반에 점령된 뒤에는 180㎞의 험한 산길을 사흘 동안 쉬지 않고 걸어 수도 카불로 온 뒤 가족들과 함께 탈출할 방안을 애타게 찾고 있다. 아프간에서 4년간 유네스코 직원으로 레자와 함께 일했던 송첫눈송이씨가 <한겨레>에 전해온 사연이다.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를 도와 통역사 등으로 일해온 많은 아프간인과 그 가족들이 큰 위험에 처했다. 2001년 이후 한국 정부는 아프간에 육군 의료지원단 동의부대, 공병지원단 다산부대, 지방재건팀 등을 파병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해왔다. 치안이 불안하고 낯선 곳에 파견된 우리 병사, 의료진, 외교관들은 현지에서 고용된 통역사와 의료진 등 아프간인들의 협력 속에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오랜 신뢰를 쌓으며 동료가 됐다. 그런데 그 직원들과 가족 수백명이 탈레반을 배신하고 외국 정부를 도왔다는 이유로 위험에 놓인 것이다.

이슬람법을 극단적으로 적용해 잔인한 처벌과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았던 탈레반 지도부가 이번에는 “이슬람 율법 아래서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고, 병사들이 대학 정문을 지키며 여학생 출입을 막으면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각국 정부는 아프간 현지에서 자국 기관에 소속돼 근무했던 아프간 현지인 직원을 안전하게 피신시키기 위한 조처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29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난민인권네트워크는 17일 “한국 정부가 아프간 지역재건팀과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 근무자와 그 가족들의 피난을 위한 현황 파악과 비자 발급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25 전쟁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피난민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동료로 함께 일해온 아프간인들의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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