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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한 교민’ 이어 ‘아프간 조력자’ 포용한 진천 주민들

등록 2021-08-26 18:16수정 2021-08-27 02:37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우리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인천공항에 도착해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우리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인천공항에 도착해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에서 통역과 의료진 등으로 한국 정부의 활동을 도왔다가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떠나온 아프간인 391명 가운데 378명이 26일 한국에 도착했다. 약 200명은 부모의 품에 안기거나 손을 잡고 온 10살 미만 어린이다. 입국 뒤 이들이 향한 곳은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6~8주 동안 머무르게 된다. 진천 인재개발원은 지난해 1월 중국 우한에서 대피해 온 교민들이 머문 곳이기도 하다.

진천군 주민들은 이번에도 낯선 아프간인들을 포용했다. 25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주민 대표들은 “한국 정부와 군을 도운 사람들을 어떻게 외면하느냐”며 이들을 인도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동의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도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역지사지의 뜻도 밝혔다. 진천 주민들은 전날 주민협의체와 이장단이 대책회의를 열어 아프간인 수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우한 교민들이 왔을 때도 진천 주민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환대했다. 처음에는 낯선 전염병 확산의 공포 탓에 반대도 없지 않았으나, 이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진천이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40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고 가족 단위 다인실이 있는 국가시설이 이곳뿐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민들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공동체를 위해 거듭 성숙한 결단을 내린 시민의식에서 전해오는 울림이 크다. 정부도 안전과 방역 문제를 잘 관리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차질 없이 대응하면서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기 바란다.

아프간 현지의 위험하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세심한 준비로 희망자 전원을 데려온 기적 같은 이번 작전은 국제적으로도 찬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장기체류가 가능하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특별 공로’를 근거로 장기체류 비자를 발급받게 할 예정이다. 정착에 필요한 여러 세심한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프간인들은 “그저 고맙다”고 말하지만,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가 막막하고 아프간의 가족과 헤어진 고통도 매우 클 것이다. 피난민과 이산가족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에겐 이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잘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포용할 능력이 있다. 진천 주민들은 우리가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를 넘어서 이미 그 길을 열어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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