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가 반려견 토리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파문이 확산되자 윤석열 캠프는 이 계정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쯤 되면 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 미화’ 망언으로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더니, 사과를 요구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말의 앞뒤를 잘라 진의를 왜곡한다’고 남 탓을 하며 되레 성을 내고, 여론이 악화되자 ‘유감’ ‘송구’로 마지못해 사과의 표현 수위를 올렸다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개에게 준 사과’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에 띄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다. 황급히 사진을 내리고 “실무진 실수”라며 사과했지만, ‘전두환 망언’과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보인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윤석열 캠프는 비판이 빗발치자 22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윤 전 총장 반려견) 토리 인스타그램 계정은 평소 의인화해서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소통 수단으로 활용했다.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캠프에서는 인스타 게시물 하나하나 신중하게 게시하겠다. 아울러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 논란을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올라온 건 윤 전 총장과 무관한 실무자의 실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사과 역시 믿기지 않는다. 과연 실무자가 늦은 밤 윤 전 총장이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앞에 사과를 들이밀어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을까. 촬영 시간과 장소 등을 들어 사진 찍은 이가 윤 전 총장이나 가족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도는 이유다. 파문이 확산되자 사진 삭제를 넘어 문제의 인스타그램 계정 자체를 아예 없애버린 것도 석연찮다. 뭔가 감추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캠프의 해명대로 실무자가 생각 없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런 ‘대형 사고’가 나게 된 책임에서 윤 전 총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 윤 전 총장이 처음부터 ‘전두환 망언’에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면 누가 사과 요구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할 수 있었겠는가.
망언과 조롱에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윤 전 총장이 직접 진실을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착잡하다” 수준의 심경 토로에 그칠 게 아니라, 수권을 노리는 제1야당으로서 윤 전 총장의 상식 이하 언행에 대해 엄중하고 실효성 있는 조처를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