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활동가와 시민들이 지난 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도로변을 지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161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 활동가들의 국토 종주 도보 행진이 4일 경기도 평택에 이르렀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입법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달 12일 부산을 출발했다. 시민사회의 압박과 이에 반응한 정치권 일부의 노력 덕분에, 법안 논의를 더 늦추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집권 여당 안에서 힘을 얻는 분위기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며 “여야 정책위 공동 토론회를 열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4건이다. 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은 명칭과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자는 취지에선 차이가 없다. 이 법안들은 지난 6월14일 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참여 인원이 10만명을 채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된 상태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집권 여당의 정책사령탑이 공동 토론회 개최를 야당에 제안했다고 하지만,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일 뿐 ‘이번 정기국회 안에 입법을 마무리해달라’는 시민사회 요구와는 온도 차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아직 차별금지법에 대한 당론조차 없다. 이재명 대선 후보 역시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의원이 상대적으로 많을 뿐 ‘차별에는 반대하나, 법 제정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선 국민의힘과 큰 차이가 없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법안을 논의하는 시늉만 하다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법을 만들기 전에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법안이 발의된 지 14년이 지나도록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한다면 입법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차별을 없애자는 지극히 당연한 법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더 논의의 시간을 이어가야 한단 말인가. 정치의 핵심 기능은 의제를 던지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합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와 무성의를 탓하기에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쏟았는지부터 자문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