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금 이게 대한민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평등법이 놓여 있는 현실입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장에서 소위원장을 맡은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말했다. 야당이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본격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제안한 것만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퇴장한 뒤였다. 기 의원은 “우리 위원회는 차별금지법을 상정도 하지 않았고 해당 기관에 의견을 청취하자고 했지만 거부됐다. 그리고 주무 부처의 장은 퇴장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 의원은 이날 소위에서 “우리 정치는 ‘다음에’라는 말로 평등법을 방관하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회의 시간을 복원해야 한다”며 “위원장의 권한으로 평등법에 대한 심사를 재개하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안건 상정이 여야 간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차별금지법을 소위원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유보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여야가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일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의사일정이 올라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소위에 참석한 이노공 차관에게 회의장에서 이석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기 의원은 “행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행정부를 겁박하지 마라”라고 제지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일방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부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관례가 없다”며 맞섰다. 기 의원이 회의 정회를 선언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이 차관은 회의장을 나갔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 차관 퇴장에 유감을 표했다. 김남국 의원은 회의 재개 뒤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퇴장하는 것까지 이해하지만 공식적인 소위 회의 자리인데 정부 부처의 관계자인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당사자들을 나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기 의원도 “(이 차관이) 특정한 사정으로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법원행정처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견해를 구하며 질의를 이어갔다. 이탄희 의원이 “차별금지법 내지 평등법이 종교 활동에도 적용되느냐”고 묻자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는 오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기 의원은 ‘집권 시절에 대한 반성’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통치권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결정하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며 “(현재의 갈등은) 그걸 처리하지 못한 후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한테 넘겨진 이 과제를 어떻게 잘 수행할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하며 회의를 마쳤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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