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거리에 설치된 올림픽 조형물 앞으로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내년 2월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 선수들은 참가하되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하겠다고 6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이 무역과 첨단 기술, 군사 문제에서 스포츠까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내 인권 문제는 중요한 이슈지만, 그걸 이유로 지금 시점에 보이콧을 결정한 미국의 행동은 유감스럽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신장 지역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침해”가 진행되는 상황을 이유로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인권 상황은 우려스러우며,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한다는 게 올림픽의 기본 정신인 점에 비춰 보면, 미국의 이번 결정을 온전히 인도적인 이유 때문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미국의 보이콧이 인권 문제의 해법이 되기보다는, 중국 반발로 두 강대국 간 대립이 심해지고 갈등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앞으로 미·중 두 나라가 기후변화 등 중요한 국제 현안에서 협력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는 문제는 각국이 주권적으로 내려야 할 결정”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향후 며칠, 몇주 사이 자신들의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동맹국들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110개국을 초청해 오는 9~10일 ‘민주주의를 위한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직전에 이번 발표가 나온 점도 시사적이다. 이렇게 스포츠가 정치에 좌우되기 시작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들은 모두 정치·인종·민족 갈등에 떠밀리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은 올림픽을 보이콧할 게 아니라, 이 행사를 중국 인권 개선의 통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게 좀더 실질적이라고 본다. 또한 중국은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전향적인 태도를 내보여야 한다. 미-중 대결이 올림픽 참가 문제로까지 확대되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이 마치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만드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