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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해자 고통 눈감고 ‘n번방 방지법’ 흔드는 국민의힘

등록 2021-12-12 18:31수정 2021-12-14 08:2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엔(n)번방 사건’이 드러나면서 성폭력·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디지털 공간에 유포시켜 돈을 버는 범죄의 잔혹함에 우리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반인륜적 범죄와 여성들의 인권 침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엔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시행 첫날부터 국민의힘 등을 중심으로 이 법을 ‘검열법’으로 몰아가며 법을 개정·폐지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엔번방 방지법은 제2의 엔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냐”고 주장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이 법이 시행된 첫날인 1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기준이 모호하고 헌법 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이날 이 법을 “국민 감시법”이라고 부르면서 “제가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즉시 검열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법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유통 방지, 기술적·관리적 조처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카카오·네이버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불법 촬영물 필터링이 적용됐는데. 오픈 채팅 단체채팅방에 동영상 등을 올리는 것이 대상이고, 사적 대화나 ‘1 대 1 오픈 채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전 검열’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보수 정치인들이 이를 의식해 ‘검열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엔번방 사건’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을 때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관련 법안을 쏟아냈고,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엔번방 방지법’이 통과될 때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정보기술(IT)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법으로는 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 규제가 제대로 집행되기 어렵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정보와 비교해 불법 촬영물을 가려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 속에서 제정된 법을 시행하자마자 흔드는 것은 지나치다. 만약 법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찾으면 된다. 야당은 디지털 성폭력이 계속 늘고 있는 현실과 피해자들의 참담한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선동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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