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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건희 육성으로 드러난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

등록 2022-01-16 22:06수정 2022-01-17 10:10

MBC ‘7시간 통화’ 내용 일부 공개
김씨 “관여하지 않았다” 서면 반론
“돈 안 줘 미투 터져” 왜곡된 인식도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방송>(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16일 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튜브 뉴스채널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통화한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김씨는 이 기자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0여차례 통화를 했으며, 전체 통화 시간은 7시간45분에 이른다고 한다. 스트레이트는 이 가운데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발언만 보도했다고 밝혔다.

방송을 보면, 김씨는 통화를 한 이 기자에게 지속적으로 윤 후보 선거 캠프로 영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나는 기자님이 언젠가 제 편 되리라 믿고 난 솔직히 우리 캠프로 데려왔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정보업. 정보 같은 거 우리 동생이 잘하는 정보 같은 거, 뛰어서 안에서 책상머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하면서 해야지”, “이 기자가 하는 만큼 1억도 줄 수 있지”라며 이 기자에게 맡길 역할과 보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씨가 이 기자에게 이런 식으로 영입 제의를 한 것만 20여차례에 이른다고 스트레이트는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우리 동생(이 기자)이 홍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 좀 해봐”라거나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야”라며 당내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흠집내는 취재를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충격적이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자리를 미끼로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를 회유하려 한 행동에 대해 분명한 해명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나아가 윤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국민들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장막 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한 국정농단의 실상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김씨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거 운동 전반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와 윤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할 경우, 만약 김씨가 대통령 부인이 된다면 국정에 사사로이 개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보수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진보는) 돈은 없지, 바람은 펴야되겠지”라며 이른바 ‘미투’에 연루된 여권 인사들을 비웃기도 했다. 성범죄와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스트레이트 방송 전날에야 서면 답변서를 통해 “자신은 윤 후보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아무개 기자에게 캠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은 이 기자가 먼저 지금 일을 그만 둔다고 해서 도와주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또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되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형식적 해명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김씨가 보여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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