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방송>(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16일 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튜브 뉴스채널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통화한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김씨는 이 기자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0여차례 통화를 했으며, 전체 통화 시간은 7시간45분에 이른다고 한다. 스트레이트는 이 가운데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발언만 보도했다고 밝혔다.
방송을 보면, 김씨는 통화를 한 이 기자에게 지속적으로 윤 후보 선거 캠프로 영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나는 기자님이 언젠가 제 편 되리라 믿고 난 솔직히 우리 캠프로 데려왔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정보업. 정보 같은 거 우리 동생이 잘하는 정보 같은 거, 뛰어서 안에서 책상머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하면서 해야지”, “이 기자가 하는 만큼 1억도 줄 수 있지”라며 이 기자에게 맡길 역할과 보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씨가 이 기자에게 이런 식으로 영입 제의를 한 것만 20여차례에 이른다고 스트레이트는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우리 동생(이 기자)이 홍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 좀 해봐”라거나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야”라며 당내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흠집내는 취재를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충격적이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자리를 미끼로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를 회유하려 한 행동에 대해 분명한 해명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나아가 윤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국민들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장막 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한 국정농단의 실상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김씨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거 운동 전반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와 윤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할 경우, 만약 김씨가 대통령 부인이 된다면 국정에 사사로이 개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보수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진보는) 돈은 없지, 바람은 펴야되겠지”라며 이른바 ‘미투’에 연루된 여권 인사들을 비웃기도 했다. 성범죄와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스트레이트 방송 전날에야 서면 답변서를 통해 “자신은 윤 후보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아무개 기자에게 캠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은 이 기자가 먼저 지금 일을 그만 둔다고 해서 도와주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또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되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형식적 해명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김씨가 보여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