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2년 전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당시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수사 결과를 해양경찰이 16일 발표했다. 피살 공무원이 자진 월북했다고 밝힌 2년 전 중간수사 결과를 정권이 바뀌자 해경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국방부도 이날 자진 월북이 추정된다고 한 데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2020년 9월21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어업지도선에서 근무 중이던 공무원 이아무개씨가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주검까지 불태워진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해경은 사건 일주일 뒤와 한달 뒤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고인의 ‘자진 월북’으로 발표하고 군 당국의 첩보와 고인의 도박 빚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경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완전히 달라진 조사 결과를 내놓은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당시에는 국방부 브리핑 자료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만 했다. 해경이 정권에 따라 맞춤형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애초 이 사건의 본질은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북한군의 비인도주의적 행위였는데, 국내에선 월북이냐 실종 표류냐가 과도하게 쟁점이 됐다. 그동안 유족들이 받아온 큰 고통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날 대통령실은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조처로 유족이 군사기밀을 제외한 고인의 사망 경위 등 일부 정보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공개되지 않는 사건 관련 정보를 둘러싸고 신구 정부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느라 북한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국가안보적 고려와 법의 규정에 맞게 가능한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 정부의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