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옆에 앉아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참석했다. 형식은 의원 모임이지만, 정부의 장차관급 고위 관료 40여명에다 외청장 20여명, 대통령실 간부들까지 총출동해 범여권 단합대회를 방불케 한 자리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정의 소통 강화와 정책·입법 과제 점검 등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행을 벗어난 대통령의 행차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윤 대통령 스스로 천명한 ‘당무 불개입’ 선언을 뒤집는 언행이 잇따라 드러난 상황에서 행사 참석을 강행한 탓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정 분리’ 원칙에 따라 당 내부 현안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그런데 같은 달 26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되며 겉과 속이 다른 대통령의 맨얼굴이 여실히 드러나버렸다. 그 일을 계기로 집권 여당은 이준석 당대표 체제를 청산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거푸 승리한 집권 여당이 비대위로 넘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조심하는 게 상례다. 게다가 1박2일간 진행되는 이번 연찬회에선 전당대회 시기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데, 윤 대통령은 최근 전대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의혹 보도까지 나온 터다. 비공개 식사 자리에서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연내에 치렀으면 하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보도된 발언이 꽤나 구체적이다. 전대 시점은 이른바 ‘당권 주자’들 사이에 유불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 될 수 있다.
당정 분리 혹은 당무 불개입 원칙에 따라 역대 대통령은 여당 의원 연찬회에 가지 않았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연찬회를 마친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했다. 하고 싶은 말은 그 자리에서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도 형식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의 몇마디가 곧 지상과제로 여겨지던 시대도 오래전에 지나갔다. 특유의 스킨십으로 의원들을 격려하고 싶더라도 현장 참석은 자제하고 다른 자리를 만드는 게 바람직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잇단 폭로와 내부 분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힘에 보탬이 됐는지도 의문이다.